어머니의 생신이시다. 케잌을 사서 요양원에 방문하였다. 해맑게 웃으시는 어머니를 뵈니 덩달아 나도 마음이 해맑아졌다.
성경필사 하신 노트도 다 쓰셨다 하셔서 노트와 연필도 몇 자루 챙겨 갔다.
어머니 성경필사 노트
꽤 열심히 쓰셨다. 어머니 성경필사 노트는 지금 몇 권 째인지 이제 세는 것을 포기했다. 몇 년을 쓰셨으니 양도 제법 된다.
나도 잠언을 필사한다. 언제 다 쓸지 모르겠다.
손톱도 정리해 드리고 아이들 영상도 보여드렸다. 그런데 찾아뵈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아이들 때리지 말고 키워라. 등 쓰다듬어 주며 달래 가며 조용히 말해라. 소리 지르면 밖에 나가 주눅 들어 안된다"
나에게 항상 당부하시는 말씀이시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때릴 일도 없지만 나는 아직 소리 지르는 것은 고치지 못했다. 버럭 화내기 일쑤라 그러고 나면 또 나도 마음이 많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한 말씀 한 말씀 새겨들으러 애쓴다.
요양원은 면회전 코로나 검사를 해야 면회가 가능하다. 예약도 필수다. 시간도 2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 면회를 못하는 가족들도 힘들었지만 외출과 외박을 전혀 못하는 어르신들도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얼굴을 뵐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요양원에 가면 몸이 불편해 오신 분들도 있으시고 치매로 오신 분들도 있으시다.
그럼 이 중 어느 분이 더 모시기 힘들까?
몸이 불편하신분들은 하루종일 누워 지내시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거동도 혼자 하기 힘드신다.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도 몸은 자유로우나 이 분들도 혼자 거동하시기는 힘드신다.
보호자 입장에선 어떨까?
몸이 됐건 정신이 됐건 다가오는 고통은 매 한 가지일 것이다.
모시지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 매일 찾아뵙지 못하는 보고픈 마음, 잘 계시는 지 늘 걱정스러운 마음 등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한 겹 한 겹 쌓여 산을 이룬 듯 높은 산이 되어 이제는 오르지 못할 마음의 산이 되어 버렸다.
살랑살랑 봄바람도 불고 촉촉이 봄 비도 내리는데 내 마음속 굳은 마음 언제 적셔자박자박 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