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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Mar 12. 2023

비 오는 날 아침.


  아주 예쁘게 비가 사락사락 내리고 습니다. 사뿐히 땅 위에 내려앉은 빗방울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알록달록 제각각 우산을 쓰고 살짝 미소를 띠며 걷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바쁜 출근시간 길. 6살 난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칩니다.

  엄마는 바쁜지 아이를 더 재촉합니다. 차려입고 출근하는 엄마의 구두 뒷굽 뒤로 빗방울이 톡톡 튀깁니다.

  살색 스타킹을 신은 엄마의 종아리가 금세 희미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탁탁탁' 구두 발자국 소리가 요란합니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는 그런 엄마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빨간색 유치원 가방을 둘러메고 노란색 우산을 쓰고 무릎 밑 노란색 장화를 신었습니다.

  꽃무늬가 들어간 예쁜 원피스에 두툼한 빨간색 가디건을 입고 촘촘히 양갈래로 땋아 올린 머리에는 커다란 나비 모양 머리핀이 꽂혀 있습니다.


  엄마 손을 잡지 않은 아이는 혼자 먼저 걸어가 일부러 물웅덩이에 첨벙첨벙 발을 담급니다. 흙탕물이 튀기며 아이의 장화는 금방 더러워집니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꾸짖습니다. 아이는 듣지도 않습니다. 가는 길에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납니다. 둘은 신나서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기 바쁩니다.

  

  두 아이 엄마는 서먹한 듯 고개만 까닥합니다. 저 멀리 유치원 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와 줄을 섭니다.

  유치원 버스가 도착하고 선생님이 내려 아이들을 한 명씩 버스에 태웁니다. 아이들은 싱글벙글 씩씩하게 올라탑니다.


  그리고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엄마를 보며 방실방실 웃기도 하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입니다. 얼굴이 시무룩한 아이도 있습니다.

  창문 밖 아이 엄마들은 아이에게 크게 손을 흔들거나 '파이팅' , '사랑해' 하고 외치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보호자는 각양각색입니다.


  뒤이어 버스가 출발합니다. 아이 엄마들은 화색을 뛰며 좋아 하지만 애써 참습니다.

 늦었는지 서둘러 출근하는 엄마, 삼삼오오 모여 어슬렁 거리는 엄마,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가는 엄마, 힘드신지 허리를 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렇게 비 오는 날 아침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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