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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직업
"엄마 뭐 해?" , "김치에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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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하는 토끼
Mar 2. 2023
휴일이다.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남편이
"나 햄버거 먹고 싶어."
"그래? 그럼 사 오던지. 내 거 빼고 3개만 사와."
남편은 아이들과 메뉴를 고른 후 나가서 햄버거를 사 왔다.
나는 아이들과 남편이 다 먹기를 기다렸다. 주부 경력 15년 차
넘으
니 요령이 생겼다.
내 것까지 사 왔다 남으면 처치곤란이라 나는 늘 내 것을 빼고 사 오게 했다. 그리고 남으면 먹었다.
방학 때도 아이들 차려주고 남은 반찬을 먹었다. 이렇게 써 놓으니 내가 너무 불쌍해 보이지만 남은 음식 처리하는 것도, 음식물쓰레기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햄버거를 다 먹은 아이들이 하나, 둘 식탁을 떠났다.
"자기야, 햄버거 남았어?"
남편은 남은 햄버거를 들어 보였다.
"이거 먹을 수 있겠어?"
햄버거는 조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깨끗이 먹은 것도 아니고 귀퉁이 약간 남은 햄버거를 나는 차마 먹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집 2호는 햄버거 하나를 다 먹지 못했다. 반이상 남겼다.
사실 뭐 아쉬울 것 없었던 나는 남편이 나에게 양보한 '아 아'를 마시는 것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책을 뒤적이며 있으니 슬슬 배가 고팠다. 밥통을 열어 보니 밥이 없었다. 나는 잠깐 당황했다.
'뭘 먹지?'
나는 냉동실에 얼려 둔 냉동밥을 꺼냈다.
이럴 때 쓰려고 밥을 여유 있게 해 냉동 밥 용기에 밥을 얼려 놓았다. 햇반만큼 맛있다.
그 이후로 나는 시중에 파는 햇반을 사놓지 않는다.
꿩꿩 언 냉동 밥을 데울 땐 냉동된 밥에 물을 가득 부운 후 따라 버린다.
밥에 물이 촉촉이 남아 있게 되고,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간 데우면 갓 지은 밥처럼 맛있게 된다.
냉동 밥 용기엔 열고 닫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어 데울 때 이 구멍을 열어 놓는다.
나는 먹고 남은 김치찌개에 밥을 먹었다. 김치도 맛있고 밥은 더 맛있다. 살 것 같다.
딸이 와 보더니 식탁에 앉는다. 나는 밥을 조금 덜어 먹어 보게 했다.
"엄마, 밥이 왜 이렇게 맛있어요?"
나는 내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께 쌀을 사다 먹는다. 20K를 사면 사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주실 때가 많다.
까칠까칠한 포대에 주둥이를 노끈으로 꽉 잡아 매 나에게 갖다 주신다.
남편은 쌀이 거칠다고 싫어하지만 도정이 많이 안된 이 쌀을 나는 좋아한다. 찹쌀이 섞어 있어 밥을 하면 엄청 찰지고 맛있다.
나도 한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하얀 쌀밥을 제일 좋아했다.
거기에 콩이 들어간 밥은 세상 제일로 싫어했다. 아이를 낳고 밥을 하다 보니 나는 이 밥에 온갖 것을 넣어 밥을 짓게 되었다.
서리태를 늘 한 말씩 사서 쟁여 놓고 듬뿍듬뿍 넣는가 하면 잡곡밥은 예사로 해 애들을 먹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아무것도 안 넣은 희고 흰 쌀 밥은 못 먹겠다.
찹쌀이 들어가 찰지고 쫀뜩한 밥이나, 고소한 콩이 들어간 콩밥이나, 12가지 잡곡이 들어간 밥이 더 맛있다.
우리나라의 농수산물 자급자족률이 10%로도 안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90% 이상을 수입해 먹는다는 말이다. 메이드인 베트남, 메이드인 미국, 메이드인 캐나다 등은 원산지 표기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이드인 한국은 잘 없다. 있어도 비싸도 금방 동이 난다.
하다 못해 햄버거 안에 들어간 고기도 한우면 값이 따블이다.
도로옆 쉽게 볼 수 있었던 논, 밭은 없어진 지 오래고 건물이며 빌딩들이 들어차 있다.
우리 쌀도 이제 맘 편히 사다 먹을 수 없는 세상이 설마 오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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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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