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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Feb 27. 2023

우렁 각시님 어디 계세요?


  내가 외출해 돌아왔을  때 난 우리 집이 깨끗했으면 좋겠다.

  하루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우리 집은 아늑했으면 좋겠다.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나에게 우리 집은 밝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불과 조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외출을 하든 외박을 하든, 일을 하고 오든 놀고 오든, 한 달간 집을 비우고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와도 우리 집은 절대 변화가 있을 수 없다.

  그 이유는 그 일이 나 아닌 누군가 해 줄 사람이 결단코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도와주면 조금 도움이 될 뿐이고, 아이들이 각자 방 정도 치워주면 그냥 약간 도움이 될 뿐이다.

  우렁각시는 우리 집에 살고 있지 않다.


  가능한 일이라면 우렁각시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상주라도 시키고 싶다.


  내가 없을 때 우리 집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외출해 돌아와 바로 청소기를 꺼내 들고 청소를 돌리지 않아도 되고, 요리도 입맛에 맞게 척척 차려 내주고, 빨래 및 옷정리도 알아서 해주는 우렁각시가 우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인 나라로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원시시대부터 태어나길 남자가 힘이 세니 그렇게 되었겠지만 유교의 힘도 무시 못할 일이다.


  집안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천대받고 무시받기 십상이다.

  어느 날 나는 1호를 혼낼 일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심심해서 매일 뼈 빠지게 일해서 너 학원 보내는 줄 알아? 아빠는 새벽에 출근하셔서 쉬지도 못하고 일하시는데, 우리 집이 돈을 쌓아 놓고 사는 집이야?"

  "엄마는 아니시잖아요. 엄마는 노시잖아요."

  "야, 엄마가 남의 집 가서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고 밥 해주고 하면 한 달에 얼마 벌 것 같아. 넌 매일 편하게 해주는 밥 먹고 깨끗이 청소된 집에서 깨끗한 옷 입고 하니 고마운 줄 모르지?"

하니 1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가족들은 늘 우렁각시가 해 주는 혜택을 받고 사니 고마운 줄 모른다. 내가 먹고 노는 줄 안다.

  

  그래서 난 다음 생애 과학자로 태어나고 싶다. 과학자로 태어나 우렁각시 로봇을 발명해 아무도 없는 집에 청소며, 빨래며 요리를 해 놓는 우렁각시 로봇을 발명하고 싶다.

  

  왜 아직 못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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