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막 넘긴 여성이 들어오더니 6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는 자리에 엉덩이를 끼어 넣고는 비집고 앉았다.
그 여자아이의 엄마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거북스러운 마음을 참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평일 오후 5시쯤 퇴근하고 하교하는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다.
한, 50대쯤 돼 보이는 이 중년 여성은 곱게 화장을 한 듯 뿌연 얼굴에 덕지덕지 찍어는 발랐지만, 깊게 팬 주름까지 감추진 못한 듯 보였다. 입술은 분홍빛 루즈를 발라 한껏 멋을 내려 노력했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것이 촌스럽기 그지없다.
치렁치렁한 주름 잡힌 검은색 치마에 어울리지 않게 둥근 네크라인에 하얀 꽃무늬가 수 놓여 있는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너무 바빠 미처 맞추어 들고 나오지 못한 듯한 가방은 어디 시장통에서 막 파는 싸구려 가방쯤은 돼 보였다. 어디 한 군데도 교양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일하다 신고 나온 듯한 슬리퍼를 흰색 양말과 함께 신고 있었다.
지하철 안은 고요했고 각자 할 일에 몰두해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는 사람,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 가끔 드물게 책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50대 아줌마의 비집고 들어앉은 엉덩이 따위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 좁아" 그러자 여자아이 엄마는 더 바짝 아이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기다렸다는 듯 50대 중반의 아줌마는 양쪽의 팔을 휘저으며 몸을 더 안쪽으로 밀착시켰다. 그 바람에 아이의 몸은 육중한 아줌마 겨드랑이와 팔뚝 사이로 들어가 버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엄마, 너무 불편해요." 그제야 여자아이 엄마는 아이를 끌어당겨 제 무릎에 앉혔다. 그 50대 육중한 중년의 여자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지하철 객실 안 한쪽 구석 제 자리를 한자리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