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매일 쓰기
29살의 그녀는
by
글쓰기 하는 토끼
Jan 9. 2024
2주가 거의 다 되어 갈 때쯤 나는 다니던 회사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연이틀 결근을 일삼았다. 결국 용역회사 대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오늘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왔어요.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그전부터 몸이 붓고 손가락이 휘고 피곤함에 늘 시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이 참에 검사라도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사실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증세가 류머티즘관절염과 유사하여 속꽤나 끓이고 있었고, 결과는 다행히 퇴행성관절염으로 나왔다
.
"대리님, 저 퇴행성관절염이래요. 쉬어가며 살살 다닐게요."
"이틀 쉰 걸로 되겠어요? 더 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일단 다녀보고 심해지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나는 간신히 다니기 싫은 고비를 넘기고 새벽 청소 알바를 이제 두 달째 넘기고 있었다. 슬슬 팔목이며 손가락이 점점 아파오지만 아직은 참을만했다. 오전 10시면 퇴근이라 아이들 방학에도 딱히 지장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더구나 좋은 점은 한 달에 열흘이상, 원하는 날은 미리 말만 하면 쉴 수 있었다. 그래도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곳의 청소인원은 모두 열 분이고, 하루에 여섯 명이 근무한다. 한 2주에 한번 꼴로 새로운 분이 투입되었다. 처음 청소일을 하는 분이라면 힘들 수도 있는 일이라 이해는 많이 되었다. 제일 힘든 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번에 29살 여성분이 입사를 하셨다. 결혼을 하지 않은 분이고, 반장님은 아기가 들어왔다며 좋아하셨다.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코 위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나는 같이 근무하는 그 여성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직장을 안 다니나?' ,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나?' , '돈이 필요하면 공장에 다니는 게 더 나을 텐데' 등등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하지만 우린 서로 대화를 나눌 일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이런 나의 오지랖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아무도 그녀나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삶의 한 일터에서 그날그날을 살아가고 있을 뿐.
keyword
관절염
청소
회사
3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글쓰기 하는 토끼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느끼는 아주 평범한 일상들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구독자
187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놔둔다.
수상한 아줌마.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