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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의 그녀는

by 글쓰기 하는 토끼

2주가 거의 다 되어 갈 때쯤 나는 다니던 회사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연이틀 결근을 일삼았다. 결국 용역회사 대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오늘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왔어요.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그전부터 몸이 붓고 손가락이 휘고 피곤함에 늘 시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이 참에 검사라도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사실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증세가 류머티즘관절염과 유사하여 속꽤나 끓이고 있었고, 결과는 다행히 퇴행성관절염으로 나왔다.


"대리님, 저 퇴행성관절염이래요. 쉬어가며 살살 다닐게요."

"이틀 쉰 걸로 되겠어요? 더 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일단 다녀보고 심해지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나는 간신히 다니기 싫은 고비를 넘기고 새벽 청소 알바를 이제 두 달째 넘기고 있었다. 슬슬 팔목이며 손가락이 점점 아파오지만 아직은 참을만했다. 오전 10시면 퇴근이라 아이들 방학에도 딱히 지장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더구나 좋은 점은 한 달에 열흘이상, 원하는 날은 미리 말만 하면 쉴 수 있었다. 그래도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곳의 청소인원은 모두 열 분이고, 하루에 여섯 명이 근무한다. 한 2주에 한번 꼴로 새로운 분이 투입되었다. 처음 청소일을 하는 분이라면 힘들 수도 있는 일이라 이해는 많이 되었다. 제일 힘든 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번에 29살 여성분이 입사를 하셨다. 결혼을 하지 않은 분이고, 반장님은 아기가 들어왔다며 좋아하셨다.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코 위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나는 같이 근무하는 그 여성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직장을 안 다니나?' ,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나?' , '돈이 필요하면 공장에 다니는 게 더 나을 텐데' 등등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하지만 우린 서로 대화를 나눌 일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이런 나의 오지랖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아무도 그녀나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삶의 한 일터에서 그날그날을 살아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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