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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나이.

by 글쓰기 하는 토끼


"드르륵"
시골의 어느 한 촌구석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식당의 문이 열립니다. 육중한 사내의 몸이 좁아터져 버린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이 육중한 몸의 사내는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고는

"아줌마, 여기 백반 하나랑 소주 한 병 주세요."
"장사 준비 아직 못했어요. 시간 조금 걸리는데 배 많이 고프면 저 아랫집 곰탕집 한번 가보세요. 뜨근한 국물이 아주 속을 후련하게 해 줄 거예요."

여기저기 무슨 이름인지 모를 음식들로 더럽혀진 앞치마를 두른, 중년을 이제 막 갓 넘길 법한 나이 지긋한 여성 한 분이 육중한 사내를 보며 말합니다.
육중한 사내는 '힐끗'하며 이제 막 갓 넘길 법한 나이 지긋한 중년을 한번 쳐다보고 잠시 시간을 두더니
"기다릴게요. 얼마나 걸려요?"
"삼사십 분은 족히 걸려요."
하고는 못마땅한지 앞치마를 손으로 툭툭 쳐내고는 주방으로 휑하고 들어가 버립니다. 쌀쌀맞은 식당 주인의 행동에 잠시 잠깐 벙뜬 마음이 싸악 하며 마음속을 휘몰아치며 한 바퀴 돌고는 이내 제자리를 찾습니다.
육중한 사내는 식당 중앙에 있는 방금 피운 듯한 난로에 손을 녹일 듯 가까이 내밀고는 눈을 끔뻑끔뻑하다 하품을 크게 하고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몇 십분 기다리니 다시 식당 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아빠로 보이는 젊은 남자의 손을 잡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오더니 식당 안은 금세 손님들로 가득 찹니다. 바깥으로까지 길게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립니다.
그러자 육중한 사내는 자신의 자리로 보이는 곳으로 되돌아와 앉습니다.

아까 그 쌀쌀맞은 이제 막 갓 넘길 법한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이 다시 나와 주문을 받습니다.
잠시 후, 육중한 사내가 제일 먼저 시킨 음식이 나오자 얼굴에 약간의 웃음기가 서립니다. 줄을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듯 쳐다봅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3대 맛집 중 하나인 물어물어 온다는, 시골 중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그런 식당입니다.

이 육중한 사내는 이 식당에 오기 위해 어제저녁부터 이 근처 민박집에서 지냈습니다. 식당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아침 일찍부터 서성거렸습니다.
밥과 반찬들이 소복이 담긴 쟁반을 받아 든 육중한 사내는 역시 엊저녁부터 기다리길 잘했다는 표정입니다. 한 그릇을 다 비운 후 공깃밥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습니다. 기다리는 줄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문밖으로 흰 눈이 사락사락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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