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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자의 아내이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가족의 날을 맞이하여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가족들을 초청해 공연관람을 하게 되었다.

상품권도 많이 나눠 주고 다양한 공연으로 눈과 귀가 즐겁고 가족들과 흥겨웠다.

남편은 현재 이 회사에 몸 담은 지 20년째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다니고 있었으니 꽤 오랜 시간 다닌 회사다. 이젠 정년까지 다니길 바라야 하고 그래야만 하는 곳이 되었다.


남편에게 회사란 삶의 전쟁터 같은 곳일 것이다.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홀로 출근하며 잠든 아이들과 아내를 보며 한층 더 어깨가 무거워지고 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곳에 와 있다 생각하니 괜히 울컥한 기분마저 들었다.


요즘 언론에 노조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곱지 않다. 그 내부적인 일들이야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어디인들 깨끗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 한 죄 밖에 없지 않던가.

우리나라의 산업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공업부터 중화학공업, 반도체와 IT가 주름을 잡는 순서로 발전하였다. 이 발전에는 노동자의 지대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동자의 신분도 한층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한 개인의 목소리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단체를 만들어 한 목소리로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다. 힘이 생기니 노조가 만들어졌고 노동자의 의사를 더 잘 대변하게 되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생겨났다. 의사, 간호사, 변호사, 택배직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등 많은 분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노동자들에게만 더 가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분들의 투쟁으로 우린 주 5일 근무를 쟁취하였다.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위를 더한층 높여 주었다.

힘들게 투쟁해 쟁취한 것들이 요즘은 몹시 빛바래 보이고 퇴색해 보인다.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부터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분들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본인들의 이익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에서의 비리 등은 잘 알지 못하지만 따지고 들자면 더한 단체들도 많다. 하다못해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견제를 하는 것은 좋지만 탄압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노동자의 아내로서 주말인 오늘도 남편은 새벽에 출근을 하였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 여느 집 남편과 똑같이 직장에 나간 것이다.

노조는 열악하고 소외되는 노동자들을 대변해야 하고 노조의 기본 기능을 상실한 채 정당과 결탁하여서는 안된다.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의 등은 사용자의 부당함과 이익에 맞서 어느 누가 보더라도 합당하며 노동자의 권익에 앞장서야 한다.


노조를 무조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나 또한 노동자임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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