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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이런 거 입고하나요??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결혼 전 비교적 마른 체형이었고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이란 그저 살기 위해 먹는 수단일 뿐이었다.

헬스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아령을 힘들게 들고 운동하는 분들이나 요가, 자전거 등을 하시는 분들을 이해 못 했다.

'저렇게 재미없는걸 왜 이렇게 힘들게 하지? 비싼 밥 먹고 살을 빼긴 왜 빼.' 등과 같은 생각을 했었던 사람이다.

모든 일에 나는 실용적인가 아닌가, 필요한 일이가 아닌가 등을 재고 또 쟀다.


결혼 후 둘째까지 낳으니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밥을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건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은 있었으나 선뜻 용기를 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아는 엄마가 수영을 다닌다며 한껏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무척 부러웠다. 그 당시 수영 강습은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했고 인기가 높아 추첨에 당첨되어야 할 수 있었다. 가을 정도에 좀 뜸해지다 3월쯤 서서히 사람이 몰려 6월 정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덩달아 아이들 수영도 인기가 치솟아 비싼 사설 수영장도 늘 만원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추첨에 당첨이 된 것이다. 떨어진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또 걱정이 되었다. 수영복을 어떻게 입고 들어 갈 것이며 물도 무서워하는 내가 살아서 과연 집에나 올 수 있을지 이만저만 걱정인 게 아니었다. 그래도 당첨은 되었으니 아깝기도 해 눈 딱 감고 정말 대단한 용기를 내 등록을 하고 원피스 수영복도 한벌 장만했다.


" 저.. 정말 이런 거 입고하나요? 다 쳐다보면 어떻게 해요?"

"아무도 안 쳐다 보고요. 다 이런 거 입고합니다."


나는 수영복을 구매하며 여러 번 재차 점원에게 확인을 받은 후 첫 수영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뭐 이리 재미있는지 그 뒤로 난 수영으로 6kg 감량하는데 성공을 하였고 접영까지 다 배우게 되었다. 아침에 눈만 뜨면 수영장 갈 생각부터 했다. 안 가면 안 되었고 수영장 갈 생각에 새벽부터 일어나 설쳐댔다. 수영에 미치다시피 했다.


나는 키가 매우 작아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다. 애도 낳고 나이 드니 이것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키에 대해선 자신감이 쪼들어 드는 사람이다. 수영을 배우고 몸도 건강해지고 덩달아 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니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냥 내가 좋은 것이다. 공부를 아무리 하고 책을 읽어 지식을 암만 쌓아도 생기지 않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운동을 하게 되면서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의 생활이 긍정으로 바뀌고 즐거웠다.


나는 이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감이 위축되고 우울할 때 나는 꼭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이 무척 개운해진다. 한결 좋아진다. '역시 운동'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영 이후 난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 줄넘기 등등 저렴하면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였다. 요가는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4개월에 3만 원 하는 곳에 등록하고, 수영은 간간히 일 3천 원 하는 자유수영으로 즐기고, 줄넘기는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가 함께 한다. 필라테스도 문화센터에서는 3개월에 9만 정도 한다. 이번엔 시에서 진행하는 생활체육 중 파크골프도 신청해 무료로 배우고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헬스장도 종종 이용한다.


파크골프장


아주 비싸고 시간을 많이 들여하는 운동보다 자신이 즐겁고 부담 없는 운동들을 좋아한다. 오늘 하루만 하면 어떤가. 10분만 하면 어떤가. 그것으로 나의 몸과 맘이 즐겁고 건강하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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