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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하는 토끼
Jun 14. 2023
"자기야, 청소기 사야 되겠는데?"
나는 남편에게
성능이
이제 다 되어가는 청소기를 들어 보이며 청소기를 다시 사야겠다는 마음을 은근히 내비쳤다. 남편은 내가 청소기를 다시 사겠다고 하면 늘 반대했다.
"청소도 안 하면서 도대체 청소기가 집에 몇 대야?"
하며 늘 핀잔을 주기 일쑤다.
그러기나말기나
나는 재빨리 쇼핑몰에 들어가 청소기 삼매경에 빠졌다.
거의 정신줄을 놓다시피 하루 왼종일 검색을 하느라 분주하다. 후기부터 꼼꼼히 읽어 보고 최저가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행여나 한 줄이라도 안 좋은 평이 있으면 패스할 요량으로 매의 눈으로 샅샅이 훑는다.
그러다 후기만 400여 개에 혹평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는 청소기를 찾게 되었다.
가격도 괜찮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하루 이틀 더 뜸을 들인 후 마음의 결정이 서자 갖은 쿠폰 죄다 동원해 구매 완료 하였다. 마음이 날아갈 듯 좋았다.
'청소할 때 이제 잘 빨아들이겠지?'
나는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오매불망 청소기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청소기가 오는 날.
남편은 '쯪쯪' 혀를 내두르며 기어이 샀냐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조립을 마치고 룰루랄라 집안 청소를
한바탕
했다.
하지만
끝나고 보니 거치대가 없다.
'어라 안 왔나?'
나는 다시 한번 꼼꼼히 안내문을 읽어 보았다. 안내문에 의하면 후기 댓글을 달아야 거치대를 주고 혹평을 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나는 '아차' 싶었다.
'이거였구나. 혹평 한 줄 없고 칭찬댓글만 몇백 개 달린 이유가.'
나는 씁쓸했다. 후기란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구매해 써 보고 거기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물건을 고를 때 그 후기는 상당히 영향력을 끼친다. 혹평 한 줄에 물건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무언가 사기를 맞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제품이 영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거치대를 받기 위해 후기를 작성하였고, 안 좋은 말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사실 청소기는 무거워 팔목이 많이 아팠다.
'장사를 또 이렇게 하네. 청소기에 거치대는 기본으로 함께 와야 하는데 거치대 택배비는 고객 부담으로 해 놓고 날로 먹네. 날로 먹어.'
나는 조금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소모품인 청소기 잘 사용하다 다시 사야 할 때 이 제품은 사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블로그, SNS 등 협찬을 받고 그 대가로 사용후기를 써주는 광고도 많다. 소비자는 그런 광고에 현혹되어 자칫 잘못된 정보로 잘못 사게 되고 불신으로
이어진다
.
하지만
별수 있나 요즘 같은 세상에.
소비자 스스로 좋은 물건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같다.
keyword
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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