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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같던 시절.

by 글쓰기 하는 토끼


무릎이 시리기 시작했다. 앉았다 일어날 때 특히 그렇다. '아이고, 아이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났다. '너도 늙어봐' 하시던 말도 생각났다. 아무리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지던 그 시절이 지났다.


내 꿈같던 젊음은 이제 어디도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마음과 몸은 고단과 힘듦이 묻어난다.

하지만 난 지금의 이 모습에 감사할 뿐이다. 모든 면에 여유가 넘칠 수 있는 지금의 이 나이에 흡족하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온 나의 경험에 의한 통찰의 결과이다.

질풍노조 같은 10대를 거쳐 우여곡절 많은 20대를 거쳐 막중한 책임감을 몸소 익히고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온갖 시련을 겪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다.


이젠 난 아무 데서나 버럭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며 속내를 그대로 내비치는 어둡잖은 아둔함도 누그러들었다. 아무 하고나 사귀지 않게 되었고 사리분별이 더 신중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84세이신 어머니, 88세 되신 우리 아버지처럼 그저 무슨 일이에 건 '허허허'하고 웃을 자신은 아직 없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르러면 난 아직 반평생은 더 살아봐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내 성격상 죽기 직전 눈 감을 때까지 '허허허'하는 경지는 못 오를지도 모르겠다.

모진 풍파 다 겪고 나면 가능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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