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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Sep 03. 2023

줄줄줄 써 내려가는 이야기

1. 애벌레랑 눈 마주친 다음 편이 궁금한 사람.


우리 집엔 이젠 코로 숨을 쉬고 입으로 밥을 먹고 말을 하고 다리로 걸어 다니는 생명체 외엔 그 어떤 살아 숨 쉬는 생명체는 없어.


그러고 보니 아쉽다. 그 깨진 수족관을 그렇게 버리는 것이 아니었어. 나는 왜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물고기가 보고 싶은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말을 하고 싶으면 입으로 말을 할 줄 아는 가족 중 누군가와 하면 되지 않겠어?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내 얘길 곧이곧대로 그것도 가만히 집중 있게 들어줄 사람은 없다는 거지. 오히려 자기 얘길 하길 더 바쁠걸.

하지만 수족관 안의 물고기는 네가 하루종일 떠들어도 아무 말 안 하고 그저 가만히 들어줄 것 같단 말이지.

입만 뻐끔뻐끔 해대면서 말이야.

그렇다고 다시 수족관을 사서 물고기를 키우겠다는 것은 아니야.


리고 한번 해봐서 그 수고로움이 어떤지 다 아는데 또 하겠어?

다만 내 얘길 들어줄 그 무언가가 필요해서 키우겠다면 그건 더더욱 아니지. 아니지 말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수족관 안의 물고기는 내 얘길 듣다가 어쩌면 말라죽을지도 몰라. 그런데 내가 왜  그런 학대를  하냐고.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인데.


그럼 내 얘길 누구한테 한담. 고것참. 큰일일쎄.

별스럽진 않겠지만 한번 들어보면 또 재미질텐데.

세상사는 얘기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애벌레랑 눈이 마주친 이야기 같은 거 혹시 궁금하지  않아? 자주 있고 흔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야. 그렇담 여기다 한번 줄줄줄 써 내려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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