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이소알바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카트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키도 작았지만 박스를 층층이 높게 쌓으면 앞이 잘 안 보였다. 그리고 바퀴도 잘 굴러가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타기도 나에게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사실 무거운 물건이 많은 건 아니어서 박스를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할만했다.
때문에 지입차가 오면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최대한 일을 빨리 끝냈다. 운이 좋으면 20분 정도 일찍 퇴근하기도 했다.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내가 일하는 중엔 딱 한번 비가 왔었다. 그날은 평소의 업무 강도보다 세배는 더 힘들었다. 매장 안으로 모든 박스를 전부 들여놓아야 했고, 우리는 정말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다들 지치고 예민해서 무척 일하기 힘든 날이었다. 그래서 그랬던 건지 평소에도 나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던 8개월 차 선임은 그날따라 유독 나에게 더 불친절했다.
"언니, 이거 여기다 놓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언니, 이런 날은 더 빨리 움직이셔야지요."
나는 평소에도 잦은 실수로 의기소침해져 있던 터라 더 위축이 되었고 자존감은 더 바닥을 쳤다.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인간관계이다. 어디를 가도 꼴 보기 싫은 사람은 한두 명쯤 꼭 있는 법이고 내가 얼마나 버티고 견디어 내는 가에 승패는 갈린다. 그렇다고 죽을 만큼 꼴베기 싫은데 참아야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참고 견디었을 때 또 편할 날이 오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내가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이유는 8개월 차 선임이 언제 그만둘 줄 알고 기다리나였다. 다이소알바를 산전수전 다 겪으며 8개월을 일했다는 건 내가 보기엔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