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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07. 2024

최인호 <타인의 방>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외출해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느낌이랄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 누구와 같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은 그야말로 등꼴이 오싹한 무서운 경험이다.


  주인공 나는 출장에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아내가 온데간데없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집안은 조용하다. 주먹으로 문을 부숴버릴 듯 쾅쾅 두들기니 여기저기 이웃들이 나와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이라는 말에 믿지 않는 눈치다.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달랑 쪽지만 남겨져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아내가 문밖까지 나와 문을 열어주고 옷도 받아주고 밥도 차려주고,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나에게 온갖 시중을 들어주었을 텐데, 없으니 나는 무척 짜증이 나고 불평이 가득했다. 그래서 아내의 빈자리를 고스란히 느끼며 일상적인 습관을 해나간다. 그러던 중 물건들이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환상과 착각에 지게 된다.


<그것은 그래도 처음엔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상이 무방비인 것을 알자, 일제히 한꺼번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197p>


  오싹했다. 읽으면서 내내 그랬다. 집에 혼자 있는데 물건들이 날뛴다는 상상을 하니 더 그랬다. 그리고 혼자 있는 집에 꼭 누군가 같이 있는 서늘한 느낌까지.


<"우리는 이 아파트에 거의 삼 년 동안 아왔지만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소." - 186p>


  나는 이 단편소설을 아주 천천히 느리게 반복적으로 읽어 보았다. 여기저기 서평을 적어 놓은 글들도 함께 읽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느꼈을지 계속 곱씹어 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옛날 티브이 속 공익광고 하나가 생각이 났다.

  한 여자가 밤에 아파트 복도에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는데 그 뒤를 어떤 낯선 남자가 뒤따르고, 여자는 불안과 공포, 무서움에 절절매며 뛰다시피 자신의 집으로 돌진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바로 그 여자 옆집의 초인종을 누르며 아이들이 나왔다.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옆집 사는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인사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공익광고였다. 그 광고를 보며 나는 그 당시 매우 공감을 많이 했었다.


  우리나라는 매우 좁은 땅으로 닭장같이 생긴  아파트에 거주를 많이 한다. 요즘은 이웃 간 소통도 많이 하고 인사도 하며 살지만, 그런 공익 광고가 나오던 시절에는 이웃 간 소통 하나 없이 살던 시절이 었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그런 광고까지 제작했을까.

  급변하던 산업화와 더불어 더욱더 물질만능화 되고 타인에 의해 겪는 고독과 소외감은 사회적 문제점들로 급부상했던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은 굶으면 굶었지 쉽지 않던 일이었다.

  지금은 혼밥이 별일 아닌 일상이 됐을 정도로 아무 일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현재의 시점이 고독과 불안과 외로움으로 한창 가득 보인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쇼핑하고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여행하고 등등 우리는 같이 사는 가족과도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핸드폰이란 일방적인 기계하나에 의존하고 의지하고 있을 뿐 서로서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하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닌 이상 옆집 누군가 비명횡사 한들 눈길조차 두지 않는다.

 옛날의 저 공익광고는 내용만 조금 달리해 지금 다시 내보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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