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남자는 15년 전에 지어진 허름한 아파트에 새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혼자 살기 좋다는 업자의 말을 듣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한 뒤 이사를 하였다. 싱크대도 새로 들이고그런대로 구색이 맞아 혼자 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욕조와 변기는 군데군데 깨져 있었고, 세수를 하려 물을 트니 배수관에서 물이 콸콸 넘쳐 할 수 없이 고치게 되었다.
이삿짐을 말끔히 정리한후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할 일 없이 쉬고 있는데 누군가 사정없이 문을 두드렸다. 나가 보니 아줌마 대여섯 명이 몰려와 쓰레기를 문 앞에 놓았다.
무슨 일인지 물으니 이제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어 쓰레기를 이렇게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며 무안을 주었다.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쓰레기를 온통 뒤졌다는 말과 함께 과태료가 나오니 앞으로 조심하라며 찢어진 쓰레기 봉지를 놓고 나갔다.
주인공 남자는 쓰레기를 살펴보다 자신의 과거 연애편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아줌마들이 돌려 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도 나쁘고 무척 부끄러웠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분리수거장에 밤마다 나가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 사생활을 염탐하기 시작한다.
<빈 계단의 공기 속에는 그 여자가 흘리고 간 향기만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사무실 여직원들 사이에 한창 유행했던 '독약'이라는 이름의 향수는 아니었다. 은은하면서도 코끝을 톡 쏜다. 남자는 폐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도록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도대체 그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그 여자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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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대체제를 찾은 듯한 모습이 한편으로 씁쓸하고 더욱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누군가 쓰레기를 주워 살펴보는 사람이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은 집요하게 오랫동안 쓰레기를 주워 살펴보며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엿보며 즐기고 있었다. 요즘같이 혼자 사는 독신이 많은 세상에 그 외로움을 그것으로 달래는 듯 보여 참 울적하였다. 필자도 결혼 전 결혼을 하지 않고 비혼으로 살 생각을 했었던 사람이었다. 혼자 사는 것은 참 편하고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외롭다. 아프거나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움을 청할 때가 마땅치 않아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었다.
무엇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지만 혼자 산다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인다. 특히 혼자 사는 집에 들어오면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느낌과 누군가와 소통할 수 없는 외로움 등은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좌절과도 같았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나 이 소설에서는 옆집에 사는 여자의 쓰레기를 주우며 그 여자의 정보를 수집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그 옆집 여자가 이사를 나가자 허탈해하는 주인공 남자의 심리를 잘 표현한 점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나는 한 가정을 일구어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가끔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혼자 사는 상상도 간혹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늘 결론은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음식을 같이 먹고 함께 자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한번 정도는 혼자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면 너무적적하고 쓸쓸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