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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17. 2024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첫 장을 펼쳐 읽다 두 번째 장까지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이상하네. 왜 이해가 안 되지.'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첫 장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장부터 읽었다. 네 장째를 넘기자 그제야 앞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었던 이유는 명백히 드러났다. 이유인즉슨 분명 연인의 편지가 맞는데 남자만 나왔던 것이다. 나도 남자요. 연인도 남자인 동성인 것이었다. 나는 은연중 연인은 이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나 확고히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걸까?


  주인공 나는 5년 전 만났던 연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암묵적인 사회의 시선, 계속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회피하는 엄마의 태도까지, 주인공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암진단을 받는다. 주인공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엄마의 병간호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느 인문학 교양 강좌에서 그 남자를 만나게 되고 주인공 남자는 그 남자에게 정신없이 빠져 다. 심지어 나이도 열두 살이나 많다. 1년가량 교제를 하지만 서로 다투고 결국 헤어지고 만다.


  ["네. 맞아요. 부끄러워요. 아무 데서나 눈치 없이 팔짱을 끼고, 자기라고 부르고 도대체, 도대체 다른 사람의 눈이라는 것을 생각이나 하는 건지."]


  ["우리가 무슨 관계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랑, 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죠?"]


  나는 무엇보다 주인공 엄마에게 시선이 쏠렸다. 주인공이 고등학생 때 놀이터에서 반삭의 머리로 남고생과 입을 맞추는 장면을 엄마에게 들키고  후 그다음 날 엄마는 주인공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을 시켰다. 온갖 검사를 하고 난 뒤의 결과는 주인공인 내가 아니라 엄마의 치료가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의사는 결론을 짓는. 하지만 엄마는 상담과 약물치료를 모두 거부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 될 경우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어떤 조건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좋아하면 안 되는 상대를 구분해야 한다.

  친족 간 결혼은 금지되어 있으며, 간통죄는 폐지되었지만 이 또한 명백히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개인의 취향 차이이다.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두 남자의 나이차이가 꼭 지금 우리 사회의 세대차이처럼 느껴졌다. 열두 살의 나이 차이는 어쩌면 극복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엄청난 좌절과도 같았다.


  나의 아들, 딸이 나에게 "엄마, 저 이런 사람이 좋아요" 했을 때 나는 저 깊고 넓은 개인 차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주인공 엄마처럼 남세스러워하고, 성경필사를 하면서 결코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인간의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박상영

1988년생.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소설 <페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당선.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대도시의 사랑법>, 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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