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물로 이 책을 읽어야 했다. 책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니 만화책만 있었다. 사실 처음엔 만화책인지도 모르고 구입했다. 이 책만 팔고 있으니 당연히 그런 줄 알았던 건데, 책을 받고 나서는 좀 어이 상실이었다. 10분 만에 다 읽고 원작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절판이 된 책이라 물어물어 어째 어째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하성란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풀'로 등단을 하였다. 하성란 작가의 곰팡이꽃은 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얘기하자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어느 남자가 오래된 아파트에 이사를 하고 쓰레기를 아무 생각 없이 버린 후 동네 아줌마들이 떼 지어 몰려와 따지게 된다. 게다가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린 옛 연애편지까지 들먹이며, 이제부터는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되었으니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남자는 아연실색한다. 그 후 그 일이 있은 후 남자는 다른 집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한다.
남의 집 쓰레기를 뒤지다니. 보통의 사람이라면 질색팔색 할 일이다. 나의 목숨이나 먹고사는 일에 경각이 달린 문제가 아니라면 한사코 사양하고 싶다. 하지만 있을법한 얘기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어느 누군가 내가 버린 쓰레기를 뒤지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새벽 청소 알바를 하면서 사무실 직원들의 쓰레기통을 비우며 이분은 감기에 걸리셨구나, 파스를 붙이셨네, 아님 무슨 커피를 드시는구나 등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굳이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사생활을 엿볼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가 sns에 늘상 올리는 사진이나 여기저기에 올리는 짧은 글만으로도 쉽게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세상을 향해 이렇듯 나를 내보이면서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 걸까. 또 다른 이의 사생활을 훔쳐보며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상 속에 나를 까발리면서도 정작 나는 외롭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의 사생활을 즐겨 보며 대리만족보다는 심한 박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곰팡이꽃처럼 세상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안목이 높아지길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진실이란 것은 쓰레기봉투 속에 썩어 가고 있으니 말야' 라는 책의 문장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