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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쓰기

선풍기

by 글쓰기 하는 토끼


덥다.

선풍기의 버튼을 누른다. 왔다 갔다 잘도 돌아간다.

누가 월급도 안 주는데 참 열심히도 일한다.

끄면 덥고 키면 춥다. 아.. 미치겠다. 그래도 키고 잔다.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여 선풍기를 켜고 잘까? 끄고 잘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날씨란? 사람들에게 참 많은 대화를 오고 가게 만든다.

처음 뵙는 분들에게는 '날씨가 많이 덥네요'

가끔 뵙는 분들에게는 '더운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매일 뵙는 분들에게는 '날씨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든 대화 속에 날씨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다.

근데, 사계절 일 년 열두 달 바뀌지 않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날씨 이야기를 할까?


날씨는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사시사철 옷도 사 입어야 하고 제철 음식도 먹어야 하며 여행도 다녀와야 한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주 추운 겨울날 구들장에 이불을 깔아뭉개 놓고 뒹굴뒹굴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니 아랫목이 없지만, 옛날 우리 어릴 적 우리 집 아랫목 뜨끈 뜨근한 가장 좋은 자리는 내 차지였다. 거기서 책도 보고 귤도 까먹고 이불속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

구들장이 식기 전에 불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부모님은 주무시다 한 번씩 일어나셔서 연탄을 가시곤 하셨다. 연탄도 어느 누가 말을 안 해 주어도 열심히 제 할 일을 했다. 새까맣던 연탄은 얼마나 열심히 제 할 일을 했던지 하앟게 재가 되어 있곤 했다. 어느 집은 밤새 불을 꺼트러 먹고 아침 댓바람부터 넘의 집 대문을 두드려 불을 빌려 갔다. 불을 빌려주는 사람이나 빌려 가는 사람이나 싫은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나절로 매미소리가 유난스럽다.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것을 보니 이제 선풍기를 씻어 집어넣을 날이 멀지 않았나 보다. 누가 뭐라 하든 안 하든 키면 일하고 끄면 쉬는 선풍기는 아무 말이 없다. 여름 내내 힘들었을 법도 한데 말이 없다. 우리 인생도 말이 없다. 묵묵부답이다. 힘들 법도 한데 쉬는 일이 없다.


22. 8. 23.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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