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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똥은 정말 싫어!!!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어릴 적 입맛이 정말 까다로운 아이였다. 못 먹는 음식도 참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싫어했던 음식은 멸치 똥이었다.

멸치 똥을 음식으로 해 먹는 사람은 듣도 보도 못했을 텐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멸치 똥을 반찬으로 먹는다. 멸치 똥을 일부러 제거하지 않는 이상 먹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가장 싫어했던 것은 멸치로 육수를 낼 때 나는 냄새를 나는 맡지 못했다. 구역질 나고 역겹기까지 해서 어머니가 육수를 끓일 실 때는 꼭 밖에 있었다. 멸치육수가 들어간 음식은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 때문에 어머니는 내 음식을 따로 하셔야 했다.

내가 멸치를 먹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건 나의 알바 경험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알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커피숍이며 주유소며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정말 많은 알바를 했다.

그 알바 경험이 나의 인생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 나는 매일유업에서 생산직 알바를 하게 되었다. 말이 생산직이지 일명 거의 '노가다'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는 일은 수출이나 재고, 반품이 들어온 분유를 호미 같은 것으로 뚜껑을 따고 큰 포대자루에 담아 옮기는 일이었다.

보기는 쉬워 보이나 막상 하면 육체노동이 상당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고 일주일만 해도 3kg은 그냥 빠지는 강도가 센 일이었다.


아침에 공장에 들어갈 때는 항상 소지품 검사를 했다. 빈 몸으로 들어갔다 빈 몸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고수' 아줌마들은 늘 간식거리를 챙겨서 들고 오시곤 했다. 그 간식이라는 것은 고추장과 막걸리 그리고.. 그리고.. '멸치'였다.

그것도 아주 큰 멸치. 우리가 육수 낼 때 쓰는 아주아주 큰 '그' 멸치였다.


손질도 되지 않은 그 멸치를 아줌마들은 꼭 챙겨서 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오후 3시경 쉬는 시간에 그것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다음 오후가 되면 다들 지치고 눈이 한 움큼씩 들어가 있고 휑했다.

우리는 땅바닥에 그것을 대충 펼쳐 놓고 막걸리와 함께 고추장에 찍어 멸치를 먹었다. 내 생전 그처럼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본 양 나는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사실은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먹고 수다를 떨고 나면 술도 한잔했겠다 또 힘이 생겨 오후 일을 할 수 있었다. 술 힘을 빌려서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일의 강도가 셌는 데 가끔 단속에 걸려 못 먹을 때도 있었다. 들고 들어오다 뺏기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렇게 그 멸치를 못 먹는 날은 현장 분위기도 나쁘고 다들 인상 쓰기 일쑤였다.


나는 그렇게 해서 멸치를 먹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요리할 때 멸치육수를 꼭 낸다. 그 알바는 한 달 정도하고 그만둔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 멸치를 먹게 해 준 정말 고마운 알바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아직도 나에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준다.

그곳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나와 일을 하고 계셨다. 삶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나 같은 20대는 사실 별로 없었다.

이유는 힘든 일이라 그렇다. 지금도 우리는 힘든 육체노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편한 일만 찾는다. 또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지금은 현장의 땀 흘리며 일하는 그 노동의 가치를 다시 느끼고 싶다. 연세 지긋하신 분은 그 힘든 노동을 어떻게 참고 견디며 일하셨을까?

그렇게 일하셔서 번 노동의 값은 누구에게 쓰셨을까?


그때는 궁금하지 않던 일들.. 나 힘든 것만 눈에 들어오던 시절.. 아이 낳고 키워보니 그때는 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지금은 저절로 해답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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