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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척은 혼자 다하는 사람

배불뚝이 항아리 - 루기 피란델로

by 토끼의 지혜 Jan 22. 2025

세계의 명단편 시리즈 중 그림과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 보면 우리나라 옛날 동화책 같은 느낌이라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올해 올리브 농사를 잘 지은 루루 할아버지이다. 이 루루 할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마을에서 유명한 싸움꾼이다.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자기가 손해를 보는 일이라면 못 참고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 재판을 걸었다.


그런 루루 할아버지가 올리브 열매를 담을 커다란 새 항아리를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 아끼던 항아리가 두 동강이 난 것이다. 농부들은 펄펄 뛸 루루 할아버지를 생각하자 무서웠다.

루루 할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발을 동동 구르며 통곡하며 슬퍼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농부가 재주 좋은 수리공을 불러 수리하자고 제안했다.


미더워하지 않는 루루 할아버지를 뒤로 한채 수리공은 열심을 다해 항아리를 수리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한 덕분에 항아리 안에 갇히고 다. 루루 할아버지는 수리공에게 품삯을 적게 주고 변호사를 만나 재판을 해서 항아리 값 보상을 받을 궁리를 했다. 그래서 수리공에게 항아리 값을 배상하라 지만 거절당하고, 수리공과 농부들은 루루 할아버지를 골탕 먹인 것에 후련해한다. 나도 이 장면에선 쌤통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 루루 할아버지는 아끼던 항아리 밀어 버리고, 항아리는 이리저리 굴러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수리공은 그제야 항아리 안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루루 할아버지가 밉지 않았다. 나인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이리 재고 저리 재서 손해는 전혀 보지 않으려 하는 인간 본성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대놓고 솔직한 루루 할아버지가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보다야 훨씬 나아 보였다. 교묘히 남을 속이고 한 척은 혼자 다하는 것이야 말로 탐욕의 극치 아닐까.


작가 루기 피란델로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극작가이다. 20여 년 동안 300여 편의 단편 소설과 유명한 <고 마티아 파스칼>을 포함하여 4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하였다. 193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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