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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Oct 25. 2022

십 년이 됐다는 건.

  

  저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십 년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십 년이 안 된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꽤 어렵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제법 자라 십 년 동안 훌쩍 커 버렸지요. 제가 시집올 때 해 온 세탁기도 아직 돌아가고는 있습니다. 옷은 잘 빨려요.

  근데 이 세탁기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소리가 아주 요란하더군요. 꼭 저희 부부 같지 않겠어요?

  저희 부부도 이제 몸 여기저기가 삐긋덕 삐긋덕 하거든요. 그래도 요란한 세탁기처럼 아직까지 거뜬하게 제 할 일들은 해내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성한 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왜 아니 그러겠어요?

  삼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강산이 변하고도 세 번은 넘게 변한 집인걸요.


  뭐 십 년이 되어서 좋은 점은 있기는 있더랍니다. 밥 먹다 방귀 뀌어도 별스럽지 않다는 거지요. 물론 그 냄새까지는 어쩌지 못해도 말이에요.

  그건 삼십 년이 지나도 어쩌지 못할 것 같아요. 아, 물론 아직 삼십 년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개코인 저로서는 오십 년이 지나도 참지 못할 것 같지만요. 가족들끼리 서로 알만한 건 다 아는 처지가 되었지요. 같이 살 부대끼며 사는데 모르면 그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하다못해 집 이사 올 때 설치한 수족관도 아직 있답니다. 물고기들이 아직 살아서 수족관 안을 휘젓고 다니긴 합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지금껏 십 년을 살고 있는 물고기는 없으니깐요. 가정집 수족관에서 물고기가 십 년을 넘게 사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남편에게 버리자고 몇 번을 얘기해도 꾸역꾸역 관리를 해요. 물고기도 한 번씩 쳐다보면서요. 설마, 무슨 대화를 하는 건 아니겠죠?


  뉴스에서 수족관이 터져 물고기들이 죽자 수족관 주인이 소송을 한 사건이 있었어요. 저는 참 흥미롭게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 글쎄 물고기 주인이 물고기 장례까지 치러 주더라고요. 십 년이 넘게 산 물고기도 있었다고 해요. 물고기 수명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족관 안에서 십 년이 넘게 살았다면 물고기 주인과 어떤 사이일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을까요? 물고기 주인은 정말로 비통해했어요. 뭐든 십 년이 지났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어요? 그것을 또 지켜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살아보니 꽁고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뭐든 그만큼의 댓가를 치르게 인생이란 놈은 그렇게 생겨 먹은 모양입니다. 그 인생이란 놈도 참 고달픈 직업 아니겠어요?

  뭐가 됐든 십 년은 지나고 봐야 얘기가 통하니 얼마나 혼자 애가 타고 답답하겠어요. 지금껏 묵묵히 기다려준 인생이란 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봐요.


  우리나라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9세 이상부터 24세 미만까지를 청소년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이 청소년의 나이는 각 나라마다 달라요.

  청소년을 40세까지로 보는 나라도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 저기 어디 아프리카에서는 청소년을 50세까지로 보는 나라도 있다는 거지요.

  간혹 60대로 보는 나라도 한두 군데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저는 청소년의 나이를 50대까지 보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20대는 그저 혈기왕성할 뿐이고 30대는 이제 막 인생과 의논을 할 단계이며, 40대는 인생과 발맞추어 함께 걸어가며, 50대가 되어서야 인생과 술잔을 기울이게 되는 나이가 되더라는 겁니다.


  50대는 되어야 이게 인생이구나 한다는 것이지요. 인생이란 놈이 뭐 별거는 있겠나 마는 십 년을 넘게 산 집처럼 편한 거 그거면 되지 않겠어요?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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