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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쓰기

'영감'이라는 놈.

by 글쓰기 하는 토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았어요.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세요?', '언제 써요?' 처음 글을 쓰고 어딘가에 노출했을 때는 항상 떨렸어요. 누군가의 평가를 두려워했었던 거지요.

이런 거 써도 되나? 하면서 떨리 듯 올렸어요. 아직 한 번도 악플은 받지 않았답니다. 뭐 잘 써서가 아니고 욕 받을 만한 주제의 글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한 3일 동안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그러니 많이 쓰지 못했고 힘들었지요.


그러다 이 '영감'이라는 것이 저에게도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불현듯 떠오르는 그 '무엇' 말이에요. 하지만 너무 순식간에 사라지니 저는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어요. 밥 먹다가도 생각나면 써야 하는 거예요.

초고를 전 10분 만에 씁니다. 그리고 퇴고를 3시간, 4시간씩 해서 글을 한편 올려요. 그러니 하루 종일 보고 또 보고 고치는 작업의 연속이지요.


그 브런치 조회 수 1만 5천 회 넘은 '시래깃국' 있잖아요? 그것도 밥 먹다 말고 생각나서 거의 10분 만에 쓰고 퇴고를 꽤 오랫동안 했답니다.

그런데 저는 살림하는 여자 아니겠어요? 매일 이렇게 우아하게 앉아 글만 수정하고 있을 팔자는 아니라는 거죠. 암만 '해리 포터' 같은 영감이 떠올라도 아이들 밥은 꼭 챙겨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뭐 빨래나 청소, 설거지 등은 필수 옵션이고요.


그래서 포지션을 바꾸었죠. 하다못해 제목이라도 적어 놓는 거예요. 한 줄을 적어 놓는 날도 많아요. 그리고 일단 써요.

뭐가 됐든. 필이 제대로 와 글 한편 뚝딱 쓰는 날도 있고요. 저의 블로그 저장 글에는 보통 9개의 글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씩 완성해요. 처음 블로그 할 때는 그날 쓴 글은 한 개가 됐든 세 개가 됐든 다 올렸어요. 쓰다 보니 꾀가 생겨 이제 글을 묵혀 둡니다.

한 이틀 지나고 보면 받침, 띄어쓰기, 매끄럽지 않은 문장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애들 밥 주고 시간 남을 때 보는 거예요.


그러니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 줬어요. 뭐라도 써야 하니 그 '영감'이라는 것이 떠올랐을 때는 만사 제쳐 두고라도 써야 해요.

이 '영감' 은 '시간'이라는 놈과 단짝이더라고요. 전 나중에 알았어요. 절대 붙잡을 수가 없더라니깐요. 쳐다도 안 보고 물 흐르 듯 시간이라는 놈과 '쌩' 하고 가버려요.

참 야속하죠.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아쉬운 사람은 저인 걸요. 지금 올리는 글들은 보통 2,3일씩 저장 글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중에서는 아예 별로라 삭제되는 글들도 많아요.


그러다 뭐 혹시 아나요? 정말 대단한 글을 쓰게 될지. 아니면 그 '영감'이라는 놈이 한동안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아 책 한 권 내게 될지. 상상 만으로도 소박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그런 날이 언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씁니다. 그것밖에는 할 도리가 없는걸요. 제가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니 써야 하는 거죠. 이제 글쓰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글을 쓰냐고요? 맞습니다. 이런 글이라도 매일 써야 하니 이해를 부탁드리고자 썼습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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