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번 편에 이 '영감'이라는 놈을 잠깐 언급했었잖아요. 이번에는 이 '시간'이라는 놈에 대해 잠시 말하겠습니다.
이 '시간'이라는 놈이 본인 얘길 하는 줄 알고 좀 듣고 가 주었으면 좋으련만 또 그냥 쌩하고 가버립니다. 정말 대단 한 놈 아니겠어요?
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시간 앞에 장사 없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글쎄 장사도 때려눕히냐고요. 그런데 저는 이 시간이라는 놈을 가만히 붙들어 놀 묘책이 떠오르지 뭐예요. 정말 궁금하시죠?
저는 박두진 문학관에서 하는 소설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젊고 잘생긴 작가님이 가르쳐 주신다고 제가 얼마 전에 무척이나 좋아라 하며 글을 올렸었지요?
그 작가님께서 알려 주신 비법이랍니다. 젊고 잘생기고 글까지 잘 쓰시는 작가님이 알려 주신 묘책이니 얼마나 똑소리 나겠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시간을 멈추고 그리듯 장면을 묘사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시간이 멈출까요? 글 속에서는 이 시간이 멈추지 않겠습니까. 지가 암만 시간이래도 별도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멈추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일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을 모두 알고 계시죠? 이 저서 말고도 역사서가 우리나라에는 차고도 넘칩니다. 그럼 역사서만 차고도 넘치느냐?
세계사 책은 또 어떻고요. 그중에서 우리 독자분께서는 가장 만만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 권 골라 읽어 보시는 겁니다. 어때요? 시간이 멈추어져 있나요? 역사책이 너무 재미없으시다면 고전소설을 한번 읽어 보세요. 모르긴 몰라도 역사서보다는 좀 나으실 거예요.
그럼 이제, 이 시간이라는 놈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매 잡아 두고 장면을 멈추고 묘사하듯 써 보는 겁니다. 아무거나 지금 당장 떠오르는 뭐 어떤 거라도 좋습니다.
거창할 필요도 없어요. 장사도 때려눕히고 저 멀리멀리 가버리는 시간을 잡아 두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하시라는 거예요. 지금의 아름다운 내 모습,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 내 부모님의 한없이 인자하신 모습들 모두 장면을 그리듯 적어 놓는 겁니다. 훗날 펼쳐 보았을 때는 그 시간이라는 놈이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와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