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컴퓨터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 갑니다. 워드프로세서, 엑셀, PPT 이렇게 배우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컴퓨터가 혹시 처음이냐고요? 아니에요. 아닙니다.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걸요. 한 20년이 됐다는 게 문제인 거죠. 사실 가정주부가 컴퓨터를 써야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없다 보니 다 잊어버린 거예요. 근데 쓸 일도 없는 컴퓨터를 왜 시간 내서 배우냐고요?
시대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요. 모든 것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저 또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구식 소리 듣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죠. 컴퓨터가 예전처럼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문서작성 정도는 어려운 것도 아니죠. 더 어려운 건 우리 집 꼬맹이들이 지들끼리 떠드는 소리를 못 알아듣는 거예요. 같은 컴퓨터 얘기인데 저 꼬맹이들 하는 소리를 도통 못 알아듣겠으니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제일 어려운 건 인별 땡땡의 기능들, 새로 산 핸드폰의 기능들, 이런 것들은 하고 싶어도 익숙지가 않아 자꾸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배워두는 거예요. 간단한 문서작성 정도는 거뜬히 해내야 할 것 같아서요.
걱정은 됩니다. 또 잊어 먹을까 봐요. 자주 쓰지 않으니 금세 까먹게 되겠죠. 그래도 배워야 해요. 컴퓨터학원에는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아요. 모두 여자분이고 주부입니다. 선생님까지도요. 사실 저는 양반이에요. 컴퓨터의 컴 자도 모르고 오신 분도 계시니깐요. 그렇다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지 않으세요. 답답해하시지도 않고요. 모르면 모르겠다고 속내를 내비치면 선생님이 오셔서 후다닥 처리해 주시고 가십니다. 참 좋으시죠. 어쩜 이렇게 우리들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지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제 예감이 맞다면 주부이시며 엄마가 맞으실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답답한 우리를 어떻게 이리 잘 참아내 주시겠어요? 열심히 배워서 사진 정도는 썩 잘 편집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