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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Nov 06. 2022

버릴 수 없는 직업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엄마가 된 일이다. 이 엄마라는 직업은 내가 하기 싫다고 내팽개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된다. 내가 갖고 싶다고 원하는 만큼 가질 수도 없다.

  또한 엄마가 되었다고 이 역할을 잘 해낼 보장은 더더욱 없다. 다만, 인생의 희로애락은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인 건 맞다.

  나는 지금 그 희로애락을 감내해 내느라 하루에도 몇 번의 고비를 넘나들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엄마라는 직업을 누구 못지않게 야무지고 똑소리 나게 해내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먼저 멘탈이 강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물러 터진 성격 또한 용납이 안된다. 그렇게 일어나기 힘들었던 아침 기상을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나며, 학창 시절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를 지금 다시 하고 있다. 그것도 초등 공부를 말이다.

  이 엄마라는 직업을 통해 나는 인생을 다시 배운다. 겸허해지고 숙연해지는 직업이다. 인내심도 탁월해야 한다.

  "아이들 다 잘 크고 있지?"

  "집에 별일 없지?"

  "애들 이제 몇 학년이지?"

  "애들 지금 뭐 가르쳐?"

  "무슨 운동해?"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 참 대단하다. 이걸 어떻게 다했어?"

  "그런 정보는 다 어디서 얻은 거야?"

  "여행 어디 갔다 왔어?"

엄마가 되니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도 달라졌다. 결혼 전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연봉 얼마야?"였다. 지금 나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애들 공부 어때? 학원 어디 보내?" 나도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저 엄마 애들 어디 보내지?'

  '선행 어디까지 시켰지?'

엄마란 직업은 역시 녹록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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