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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Nov 06. 2022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6

내 인생에서 버리고 싶은 것

  나는 이 소유 학생을 학교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음료수와 커피도 샀다. 이 소유 학생은 목이 마른 지 음료수 캔을 '딸깍' 하고 따더니 단숨에 음료수를 '꿀꺽꿀꺽' 하고 마셨다. 나도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며 이 소유 학생을 살펴보았다. 생김새는 어리숙한 것이 꼭 우리 영철이 같았다. 약아빠지고 조숙한 타입은 아니라서 되려 안심은 되었다. 나는 이 소유 학생이 안정이 되자 단도직입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이 소유 학생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았다. 이 아줌마에게 말해도 되나 하는 눈치였다.

  "이 일을 엄마도 알고 계시니?"

  "아니요"

  "영철이라는 아이를 혹시 알고 있니?"

  "아니요....."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영철이가 이 일에 관여하게 된 일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영철이와 수영이와의 관계도 알려주었다. 수영이가 학교에서 영철이에게 보여준 행동 때문에 영철이 마음이 변한 것도 세세히 알려주었다. 이 소유 학생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럼 전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린 글이 하나 있었어. 내가 돈 주고 정보 샀지."

  "아줌마는 어떻게 하고 싶은 신데요?"

  "이 일을 아는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이 소유 학생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소유 학생은 자신이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왜 몰래 시험지를 빼 돌렸는지 나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소유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 잘하는 상위권이 아니라서 그럭저럭 현상 유지 정도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소유가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거기서 수영이를 만났다. 얼떨결에 시험지 빼돌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 있는 아이들이 왜 저런 일을 하려고 하지? 의아해하면서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수입이 제법 짭짤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소유도 관심을 보이며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한 소유는 답안지 만드는 일에는 끼지 못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전달해 주는 일을 맡았다. 수입도 똑같이 분배해서 나눠갖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혼자만 적은 금액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불만을 갖고 있었고 시험지에 관심 있어하는 다른 업자에게 시험지를 넘겼다. 웃돈도 조금 더 받았다. 그 받은 돈으로 평상시 사고 싶었던 가방과 운동화를 샀다. 그것에 재미 들인 소유는 점점 더 대범해져 여기저기에 시험지를 빼돌리다 수영이의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그 후 일이 일파만파 커지게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소유는 울기 시작했다. 자기가 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 일에 절대 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기의 인생에서 버리고 싶은 한 부분이라며 훌쩍였다. 자기도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일을 부모님이 아시게 되면 정말 살기 힘들어질 거라면서 부모님이 굉장히 엄격하심을 이야기했다. 


  

  사람이란 과거를 늘 후회하며 산다. '내가 그땐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그때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때 주식을 팔았어야 했어', '아이에게 그런 말을 안 했으면 우리 아이가 지금쯤은 성공했을지도 몰라' 등등등 수많은 것들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하고 산다. 그러나 반복된 삶을 다시 살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후회하며 삶을 마감한다. '내가 한 번만 더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렇게 살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 텐데' 뒤늦은 후회를 한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부분들을 매 순간 남기며 살고 있다.


  나는 이 소유 학생을 돕고 싶었다. 왠지 영철이와 많이 닳았다. 수영이와 달리 이 일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아무리 무서워도 먼저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니? 진정으로 너를 보호하고 너를 도와주실 분들이야."

  "혼날까 봐 무서워요"

  "내가 너의 부모님을 만나 봐도 되겠니?"

  "만나도 소용없으실 거예요."

  "혼자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힘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용기 내서 말씀드리는 것이 어떠니?"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요?"

나는 순간 생각에 잠겼다. 이 학생이 부모님 말고 이런 얘기를 믿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있기라도 할까?

  "그럼 아줌마랑 같이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옆에 있어 줄게. 부모님께 대들지 말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 알았지?"

  "네."

나는 소유 학생과 헤어진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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