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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쓰기

원고지 30매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여러 날의 시간이 흘렸다. 시간은 거짓말을 못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든 안 하든 아프든 건강하든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놈이다. 늦잠을 자 눈곱만 떼고 쫓아가도 뒤도 안 돌아보며 매몰차다. 인정머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고 정을 줄래야 줄 수도 없다.


매정한 시간은 흔적도 없이 가고 없지만 내 지나온 시간에는 '글' 이란 놈이 남게 되었다. 그래도 시간에 '내가 왔었노라' 말할 수 있어 기쁘다.


'페인트'를 지으신 이희영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한 가지는 '태백산맥'을 지으신 조정래 작가님은 매일 같이 원고지 30매 분량의 글을 쓰신다고 하신다. 컴퓨터 자판으로 안 쓰시고 늘 원고지에 쓰신다고 한다. 이희영 작가님은 저렇게 대작가님도 매일 같이 쓰시는데 내가 뭐라고 안 쓰냐 나는 60매 분량의 글을 매일 써야 하지 않냐 하는 말씀을 하셨다. 그럼 나는, 하루에 100매의 글을 써도 모질랄 판이다. 이은경 저 '오후의 글쓰기'를 보면 이와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매일 쓰세요. 출근하듯, 밥 짓듯>에 {글도 타고난 사람이 있긴 있더라고요.}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노력의 힘으로 은수저를 꿈꾼다면, 방법은 하나. 매일 쓰는 습관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나온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두 쪽의 글을 쓴대요. 원고지로는 40장 분량인데요, 더 쓰지도 덜 쓰지도 않고 매일 그만큼씩 쌓아간대요.} 내가 매일 써야 하는 이유이다.


사실, 글을 쓰겠다 결심 한 사람에게 매일 글을 쓰라 강요를 안 해도 그러려고 마음을 먹는다. 다만 실행하고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것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것을 이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나는 이제 이 압박감을 이겨내는 데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 마음먹은 이상 즐겁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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