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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 Jul 27. 202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꾸준하게,

일상조각_04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일은 바로 ‘집안일’이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 문제였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바닥과 빛이 나는 주방, 늘 뽀송뽀송한 욕실을 만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바닥은 툭하면 어질러졌고, 주방에는 설거지감이 쌓이기 일쑤였으며 욕실에는 때때로 곰팡이가 생겨 지우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유튜브나 블로그의 살림꾼들은 대체 어떤 요령이 있길래 늘 집이 깨끗한 걸까 늘 부러워했고, 다양한 청소용품을 열심히 알아보고 또 사들였다. 하지만 그들의 청소 요령을 따라 해 봐도, 효과 좋다는 청소 용품들을 전부 사용해 봐도 정갈한 풍경의 집은 여전히 먼 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며칠간 집을 비우게 되어 혼자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남편과 보내면 아쉬울 만큼 짧던 저녁시간이 혼자 보내기에는 참 길고 넉넉했다. 혼자 보내는 첫날, 취미 생활도 하고 누워서 충분한 휴식을 가져도 시간이 남아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집안일에 썼다. 다음 날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눈에 띄는 곳들만 살살 정리했다. 며칠간 그렇게 미루는 것 없이 매일 소소하고 꾸준하게 집안일을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꿈꾸던 깔끔한 집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드디어 내가 원하던 살림 비법을 깨달았다. 정답은 엄청난 청소 스킬이 아니라 ‘꾸준함’이었다! 이걸 깨달은 덕분에, 남편이 돌아와 평소같이 복작복작 바쁘게 보내는 중에도 우리 집은 꽤 깨끗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꾸준함의 힘은 그 어떤 기술보다 강하다. 비단 집안일에서만 아니라, 일상 속 많은 부분에서도 그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인스타툰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무렵 비슷하게 계정을 키우기 시작했던 작가님들이 있는데, 그중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 오신 분들은 모두 꽤나 유명한 작가님들이 되었다. 글을 꾸준히 쓰던 누군가는 책을 출간했고, 식물을 너무 사랑해서 꾸준히 식물 관련 포스팅을 올리던 블로거는 이제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내가 그간 관심 두고 마음 쏟았던 일들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도 그럼 지금쯤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달콤 씁쓸한 상상. 하지만 지난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고. 그랬다 한들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부터 시작하면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이렇게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고, 분명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꾸준히’하는 것이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친구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해 봐, 일단 써보는 거야. 어설프더라도 계속하는 게 중요해.” 이 대답을 듣고 나니 ‘꾸준함’이란 단어가 주는 압박이 조금 느슨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솔솔 피어올랐다. ‘잘하는 것’과 ‘계속하는 것’이 주는 압박 중에 한 가지를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계속하는 것’으로 인해 경험이 늘고 실력이 는다면, ‘잘하는 것’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부분이니까.


오늘도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써낸다. ‘조각조각 주절주절, 그렇게 쓰다 보면 쌓이고 엮여서 언젠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쓴다.


이왕이면 그것이 ‘꿈꾸던 일을 이뤄낸 이야기’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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