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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yell Oct 13. 2022

국화꽃 버터

쉬어가기 - 초승달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피어나는 꽃이 있다. 나의 고향에서는 이 꽃들로 애먼 짓도 참 많이 했더랬다. 그래서인지 여느 꽃보다도 친근한 꽃, 국화이다. 지금은 그저 흔한 꽃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옛날 옛적에는 국화를 위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음력 9월 9일, 국화절이다.


잠깐 다른 얘기로 빠져서, 음력을 챙기던 때의 명절을 살펴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음력 1월 1일은 설날, 3월 3일인 삼짇날, 5월 5일 단오, 7월 7일 칠석이 있었다. 점차 일상에서 그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한 이름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명절이 홀수가 반복되는 중절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한 국화절 역시 9와 9, 홀수가 반복되는 날이다. 그런데 이날은 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한때는 추수를 마무리하는 날로써, 추석보다 더 큰 명절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대에 와서 그 존재감이 매우 흐려졌을 뿐이다.


왜인지 지금은 낯설어진 9월 9일의 제 명칭은 중양절이다. 이맘때 국화주를 먹거나 국화로 화전을 만들어 먹었다는 의미로 국화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그 존재가 희미해져 버렸지만, 국화의 고장에서 난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그 가려져있던 이야기에 눈이 반짝이는 것이다.


그래서 음력 9월 9일을 맞아 쉽게 구할 수 있는 말린 국화로 나만의 중양절을 만들어 본다.




먼저 건국화 혹은 국화차 티백을 준비한다. 국화는 향이 짙지 않아 충분히 많은 양을 넣어 주는 편이 좋다. 다만 꽃잎이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망 안에 넣어 준비한다.

준비된 국화는 생크림에 냉침시킨다. 생크림은 점도가 있기 때문에 냉침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틀 정도 깨끗한 통에 담아 두면 국화의 색이 묻어 나온다. 생크림이 옅은 노란빛을 띤다면 홈메이드 버터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냉침시켜 두었던 티백은 건져내고, 약간의 국화는 꽃송이 채로 생크림 속에 남겨둔다. 얼핏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버터가 되어가면서 예쁜 포인트가 되어준다.

준비된 생크림을 충분히 휘핑한다. 이때의 충분히란, 생크림이 '몽글몽글 덩어리지는 지점을 지나 온 사방으로 물이 튀기는 때까지'를 의미한다. 생크림은 휘핑하다 보면 유청과 유지방이 분리되는데, 이때 분리된 유지방이 모여 우리에게 익숙한 버터가 되는 것이다. 유청이 분리되고도 한참을 더 휘핑해야 순도 높은 버터를 얻을 수 있다.


말은 쉽지만 도구는 투박하기에 집이 온통 생크림 투성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꽃잎이 총총 박힌 버터 알갱이를 보고 있자면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버터 사이로 고개를 내민 국화꽃 한 송이

체에 가볍게 거른 버터 알갱이는 면보에 한번 더 걸러낸다. 그리고는 원하는 모양으로 차갑게 굳히면 버터가 완성된다.


내가 국화절을 즐기는 손쉬운 방법, 홈메이드 국화꽃 버터 만들기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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