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레몬주의 결과를 궁금해하실 것 같아 얼른 시음후기를 가져와 봤습니다.
일주일 동안 이스트는 열심히 설탕을 먹으며 술과 탄산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리몬첼로 색깔의 레몬주 한 병이 생겼죠.
병으로 옮겨 담은 레몬주는 작은 공기방울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병을 살짝 흔들면 작게 올라오는 공기방울이 보이죠. 이때까지도 병 입구는 막지 않고, 실온에서 열심히 발효시켰답니다.
5월 1일. 병을 흔들어도 더 이상 공기방울이 생기지 않을 때. 이때가 바로 타이밍입니다. 맛을 볼 타이밍 말이죠.
병 아래에는 열심히 일하고 장렬히 전사한 이스트의 찌꺼기들이 가라앉아 있어요. 이 부분이 술에 섞여들지 않게 조심스럽게 컵으로 따릅니다.
얼음 위에 부어 차갑게 마시니 단맛은 온데간데없고, 레몬의 신맛과 알코올의 씁쓸한 맛만 납니다. 탄산도 이미 빠지고 없는 모양이에요. 레몬주 반에 탄산수 반을 섞었더니 레모네이드 느낌으로 가볍게 마시기 좋습니다.
만약 레몬주 자체에 탄산이 녹아있길 바란다면, 설탕을 1~2 티스푼 정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냉장고에 보관하면 됩니다. 1~2주 정도 뒤에는 콤부차와 같은 탄산이 녹아있을 거예요.
알코올이 들어있는 게 맞나? 싶다가도 두 잔쯤 마시니 취하는 느낌이 듭니다. 술이 약한 편이라 알코올 측정계 없이도 알코올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 이런 건 장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엄마는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주잔으로 모스카토 한 잔이면 얼굴이 빨개지니까요.
아무튼 음료에서 단맛이 나는 걸 잘 견디지 못하는 저로써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생은 마셔보고는 이스트 냄새가 많이 난다며 진저리를 쳤지만요. 발효주 쪽으로 계속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이 부분을 손보면 좋겠죠.
혹,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고 싶으시다면 증류과정을 거치면 됩니다. 하지만 독주도, 증류과정도 저의 취향은 아닌지라 저는 이 정도에 만족하겠습니다.
이정도면 레몬으로 하고 싶었던 건 죄다 해본 것 같아요. 타르트와 레몬주 사이에는 이런 것도 있었는데요.
재료에 욕심을 낸 탓인지 크림화에 실패해서 너무 퍽퍽한 파운드케이크가 되었습니다. 사실 성공했어도 맘에 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레몬은 버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이 실패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바로 제 '미생물이'에게 선물로 줬어요. 아, '미생물이'는 제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안의 미생물의 이름입니다. 참 직관적이지 않나요?
결론. 파운드케이크는 실패했지만, 레몬주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레몬은 이쯤에서 보내주고, 또 다른 메뉴에 도전해 볼까 해요. 그럼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