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가능성도 다시 보자

by rabyell

푸르른 봄, 청춘. 크리스마스만큼이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죠.


연두색의 새싹이 돋아나고, 가지 끝에 꽃봉오리가 맺히는 걸 보고 있으면 왜 20대를 봄에 비유하는지 깊게 공감하게 됩니다. 20대의 무한해 보이는 가능성은 마치 이제 막 돋아난 새싹과도 같으니까요.


들꽃이 될지 아름드리나무가 될지 모르지만(전문가는 떡잎만 보고도 알겠지만) 그 무엇이든 내가 원한다면 될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반면 서른이라는 나이는 참으로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누가 보기엔 진정한 어른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눈에는 아직도 어리기만 하거든요. 이 나이에 못 할 건 키즈 모델 밖에 없다지만, 스스로에게 반문했을 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기회가 주어진 대도 선택하지 않을 길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직접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고 만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면 닫힌 문을 두드려보게 됩니다. 만물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때 저 역시도 그 분위기에 도취되는 거겠죠. 모르는 척, 가능성이 만발하는 이 흐름에 저도 은근슬쩍 편승해 봅니다.


베이크샵을 열었던 것도,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봄입니다. 단순한 우연은 아닐 거예요. 봄이라 가능했던 것이죠. 겨우내 에너지를 아껴 쓴 덕에 이렇게 또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일 텝니다.


봄을 타는 걸 겁니다.




외근 갔다 돌아오는 길 석촌호수를 가득 메운 벚꽃과 인파를 구경했습니다. 왜 석촌호수가 벚꽃 명소가 되었는지 단박에 느낄 정도로 예쁜 풍경이에요.



봄을 타는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벚꽃입니다. 이걸로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듣고,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듭니다.


저도 빠질 수 없죠. 베이커이자 브런치 작가인지라 만들고 써야겠어요.


역시나 가볍게 스포 해보자면, 오븐 안에서는 크루아상이 피어나고, 그 위로는 하얀 사또밥 꽃이 핍니다.



사또밥을 올린 크로와상을 본 측근들은 왜 올렸냐며 이유를 궁금해했지만, 굳이 설명하진 않았습니다. 제 빵을 봄으로 보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누군가 괴상한 빵으로 본다 한들 무슨 상관일까요. 닫혀있었을 가능성의 문 하나를 열어볼 수 있어서 기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거, 재밌잖아요? 헤헤.


어떤가요? 여러분의 눈에는 접시 위로 무엇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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