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피어나는 봄, 제 의욕도 함께 피어납니다. 그래서 미뤄둔 것을 만들어 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애증의 컨벡션 오븐으로 굽기 좋은 것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마카롱이고 다른 하나는 크루아상입니다. 마카롱은 지겹게 구워서인지, 한동안 크루아상이 너무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봄의 가능성과 에너지를 만나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루었지요.
혹시 크루아상 만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 쇼츠에는 꽤 자주 뜨는 편이에요. 그리고 크루아상을 매끄럽게 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앞에 힘든 부분은 죄다 잘라내고 보여주거든요.
현실은 절대 그렇게 깔끔하지 못합니다. 특히나 기계 없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요! 그럼에도 크루아상을 만들게 되는 건, 항상 만들기 전에는 힘든 부분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이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입니다.
그래도 2차 발효가 끝나서 찰랑거리는 모습이라던지, 오븐 안에서 겹겹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음번을 또다시 기약하고 마는 것입니다.
아니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참냐고요!
2차 발효 때까지 버터를 녹이지 않고 잘 살려냈다면 오븐 안에서 비로소 끓어오르며 결을 만들어 냅니다. 뽕실뽕실 부풀어 오른 크루아상은 잘 식혔다가 토핑을 올려줍시다. 벚꽃을 그려낼 차례예요.
초콜릿을 녹여서 나뭇가지를 그리고, 그 위로 사또밥 꽃송이를 피워냅니다.
오븐 안에서 뜨겁게 피어오른 크루아상은 벚꽃아래 부풀어 오르는 제 의욕과도 같습니다.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죠.
덕분에 올봄에도 그간 소원했던 걸 완성해 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빵집 주인이 꿈이었습니다. 그것도 마음만 먹으면 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성공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더욱이 제가 그렇게 의지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니,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간 모른 척했어요.
친구들 앞에서 빵집 주인이 되겠노라 말했던 10년이 넘는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저를 빛나게 해 주었던 청춘 가득한 꿈을 놓아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요.
청춘이 이렇게 끝나는 걸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편안함을 만끽해보려 합니다.
청춘이 반짝이며 무한의 가능성을 뽐내는 것이라면, 청춘이 지나간 자리에는 편안함과 지혜로움 같이 따듯한 것들이 남기 마련이니까요.
마치 데우다가 타버린 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이 아침의 저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