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죽과 애동지 - 2

by rabyell

(지난 이야기)

"자기야, 올해는 동지에 팥죽 먹으면 안 된대... 애동지래..."




띠로리.

비보는 잠시 뒤로하고 설명하자면, 애동지는 음력 11월 10일 전에 드는 동지를 뜻합니다. 음력이라는 것이 원래 동지를 기준으로 11월(자월(子月), 기준이 되는 월)이 정해지고, 나머지를 맞춰 넣는 식입니다. 그리고 그 동지가 11월 초반, 즉 달이 아직 차지 않았을 때에 드는 것을 아기동지, 애동지라고 하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이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다고 해요. 지역에 따라서는 팥죽대신 팥시루떡을 먹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지역을 막론하고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면 안 된대요.


왜요? 저는 억울해졌어요.

그 어디에도 오늘이 애동지라고 알려주는 곳이 없었거든요. 팥죽을 다 끓이고 나서야 애동지를 알려준 세상이 조금은 야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찾아보니 조금은 납득이 가더군요.




예부터 동지에 눈이 내리지 않고 춥지 않으면 이듬해 여름에 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모기 같은 해충으로 인한 전염병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춥지 않은 겨울은 다음 여름의 모기가 기승을 부리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또 그런 말이 있을 정도로 동지에는 추운 게 당연한 일이었겠죠. 그렇기에 몸이 약하거나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이 추운 계절을 버티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동지를 애(兒)동지, 중(中)동지, 노(老)동지로 나눠 각 어린/중년의/노년의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때라고 이름 붙였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이 혹독한 계절에 아이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삼신할멈입니다. 아이를 점지해 줄 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을 지켜주는 역할도 했었나 봐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악귀를 막는 팥죽이 삼신할멈의 역할도 막는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때문에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삼신 할멈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명을 달리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게 되었고요. 아이들을 보호해 줄 삼신할멈의 방문을 막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옛이야기들이 항상 그러하듯, 상식적으로 잘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악귀를 막는다더니 왜 삼신할멈까지 막히는 것이며, 그럼 똑같은 팥으로 만든 팥시루는 왜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당연히 따라붙겠죠.


그런데 뭐 애초에 제가 액운 때문에 팥죽을 만든 건 아니니까요. 그냥 동지에 먹는 팥죽이 더 의미 있고 맛있어 보였을 뿐이죠.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이해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팥죽은 어떻게 했냐고요? 당연히 먹었습니다. 새알심까지 톡톡히 챙겨서 말이죠. 저희 집에 어린아이가 있었다면 괜히 마음이 쓰였겠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30대의 두 사람은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오히려 걸리는 건 애동지보다 이 속담이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지첨치
: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


아, 갑자기 팥죽을 먹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저, 악귀는 안 무서운데 나이 먹는 건 두렵거든요. 심지어 동지팥죽에는 나이만큼의 새알심을 넣어야 한다는데, 이거 원 다 먹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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