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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나비 Jun 24. 2020

영원히 사는 샘물 있다면 마실래요?

Tuck Everlasting by Natalie Babbit

아이들 책 중에 Tuck Everlasting 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애들 책이니 주인공이 열 한 살인데 던지는 질문은 심오하다.


'한 번 마시면 영원히 사는 샘물이 있는데 마실래?'

라고 묻는다.


모르고 샘물을 마셔버려 몇 백년 째 살고 있는 일가족이 있고,

그 샘이 있는 숲을 사서 큰 돈 벌어 보려는 악한이 있고,

이를 알게  된 어린 소녀는 샘물을 마실까 말까 고민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진심을 다해 고민 해 봤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물어 봤다.

한 번 마시면 영원히 사는 샘물이 있다면 마시겠어요?

열 중에 여덟 아홉이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대게의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계속 봐야 하는 걸 견딜 수 없을 거라는 거였다. 어떤 이는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일이 소중한 것이라면서 안죽는다는 걸 알면 사는 게 재미 없을 거라고도 했다. 사는 게 지긋지긋 하다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어떤 이는 자기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다면 마시겠다고 했다. 하지만 샘물을 마시면 절대 죽을 수 없다. 치명상을 입어도 치유가 된다.


나는 샘물을 마실 생각이었기 때문에 남들이 한결같이 마시지 않겠다고 하는 걸 듣고서는 놀랬다. 무엇보다도 나는 죽기가 싫다. 하루 하루가 생의 마지막을 향한 것이라는 체감이 영 달갑지가 않다. 그리고 굳이 덧붙이자면 이 지구별의 종말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

만약 샘물을 마셔야 한다면 몇 살에 마시겠어요?

샘물을 마셨던 그 나이로 죽지 않고 사는 것이다. 책에서 어린 소녀는 샘물을 '열 여덟 살에 마시라'는 권유를 받는다. 저자는 열 여덟 살을 가장 아름다운 나이로 생각하는가 보았다.


나는 일단 생리가 끝난 이후의 나이를 설정했다. 영원을 사는 마당에 매달 생리가 찾아 오는 건 진정한 저주가 아닌가 싶었다. 생리 끝날 즈음이면 갱년기일 텐데, 갱년기인 채로 영원을 사는 건? 나는 아직 갱년기를 겪어 보지 않았지만 우리 엄마를 보아 알고 있다. 내가 본 건 그저 몇 개월이었을 뿐인데도 내 엄마 아닌 것 같고 무서웠다. 그렇다면 갱년기도 지나야 하니까 뭐 얼추 예순 살 될라나? 예순 살의 나이로 영원을 산다. 참 즐겁기도 하겠다. 영원의 나이를 정하는 문제는 여러가지로 까다롭다. 남자라면 덜 까다로워지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 진다.


생리 문제가 아니라면, 영원을 살고 싶은 나이는 서른 여섯 살이라고 정한다. 내게는 그 때가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로 느껴진다. 왜인지 그 즈음의 여자들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젖내 나는 어린 얼굴을 벗고 피부가 탄력을 잃기 시작하는 나이. 그래서 눈주름이 현명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나이. 무엇이 좋다고 해서 '나는 이것 없이는 못 살아요'라고 단정하지 않는 나이. 왜냐하면 신념이든 취향이든 인생의 큰 테두리 안에서 변하기도 한다는 걸 알아채기 시작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는 나이이다. 당도하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답을 주는 게 아니고 질문을 던지는 거라더라. 나는 이 책의 질문이 흥미로워서 대화의 침묵 사이에 자주 이용한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우리 엄마, 아빠에게는 묻지 않는다. 천사들의 나팔 소리 들으며 천국에서 사시겠다고 할거다.)


마시는 순간 영원히 사는 샘물이 있다면 마시겠어요?

그리고,

만약 샘물을 마셔야 한다면 몇 살에 마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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