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남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망나비 Dec 13. 2020

외로운 날에는 Perfect Day

Lou Reed를 알게 된 건 영화 Trainspotting을 통해서였다. 그 영화에서의 Perfect Day가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서 듣고 또 듣고 듣고 또 듣고, 당시 가지고 다니던 삐삐에도 녹음해 놓았었다.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 노래를 들어야만 했다. 왜 그렇게 처지는 음악을 세팅해 두었냐고들 했지만, 이 곡의 우울한 멜로디, 평화로운 가사가 내 인장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었다. 영화가 개봉한 때가 1996년이었으니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다. 영화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매일매일 빠짐없이 듣던 열정도 다분히 사라졌지만, Perfect Day는 언제나 플레이리스트 어딘가에 있어서 가끔 듣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은 눈물이 솟기도 한다. 기억이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지만, 마음 저 깊은 어딘가에, 쌓이고 쌓이고 쌓인 수많은 기억들이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로 한데 엉겨 붙어 덩어리가 된 채 머물고 있다가, 그것들이 가끔 쑤욱 머리를 내밀고 나를 들여다본다.

너는 지금 어디쯤에 있니? 어떻게 살고 있어? 잘 지내는 중이야?

그런 순간에는 왈칵 외롭다. 누구나 다 외로울 텐데 유독 나만 외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친구 목록을 들여다본다. 이 노래를 알고 종종 들었던 친구가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눈물을 이모티 콘으로 주고받을 정도의 이름들 밖에 없다.


연인과의 완벽한 하루에 대한 노래를 이별노래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건, 이들의 아름다운 시절이 곧 끝나고 말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그러하고, 노랫말도 석양을 애석해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배어있다. 어쩌면 그 암시를 20년 전에는 읽지 못했던 것도 같다. 지금은 안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리고 완벽한 하루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완벽한 사랑이나 세월 같은 건 없다는 것도.


이런 완벽한 하루가 한 번 정도는 내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은 기억은 증발했고, 그랬었던 것 같은 감흥만 남아있다. 영화를 보고 동물원에를 가고 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나날의 기억들.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지는 거리를 걸어가는 연인들.(그때는 상그리아라는 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저 이런 예쁜 발음의 술은 맛도 달콤할 거라고 상상만 했더랬다. 나중에 마셔보니 기가 막히게  맛있는 술이었다.) 그런 것들이 한데 엉켜 내 머릿속에 있는데 그게 내 것인지 어딘가에서 본 걸 담은 것인지 헷갈리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슬프다.


Just a perfect day
Drink Sangria in the park
And then later
When it gets dark, we go home

정말 완벽한 하루야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그러고 나서

어두워지면 집으로 가면 돼


Just a perfect day
Feed animals in the zoo
Then later
A movie, too, and then home

정말 완벽한 하루야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고

그리고 나면

영화도 보고 집으로 가는 거지


Oh, it's such a perfect day
I'm glad I spent it with you
Oh, such a perfect day
You just keep me hanging on
You just keep me hanging on

있잖아, 정말이지 완벽한 하루야

너랑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아

정말이지 완벽한 하루야

너랑 계속 함께 하고 싶어

너랑 계속 함께 하고 싶어


Just a perfect day
Problems all left alone
Weekenders on our own
It's such fun

정말 완벽한 하루야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처럼

고민은 제쳐두고

재미있게 보내는 거지.


Just a perfect day
You made me forget myself
I thought I was
Someone else, someone good

정말 완벽한 하루야

넌 내가 나라는 걸 잊게 만들어

마치 내가 다른 사람,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Oh, it's such a perfect day
I'm glad I spent it with you
Oh, such a perfect day
You just keep me hanging on
You just keep me hanging on

정말 너무 완벽한 하루야

너랑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아

정말이지 완벽한 하루야

너랑 계속 함께 하고 싶어

너랑 계속 함께 하고 싶어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어딘가에는 사랑의 결정체라는 것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