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넌 스모키 화장을 한 것처럼 눈두덩이가 거무스레했고 이빨 사이로 치켜뜬 코를 벌렁거리면서 나에게 달려들었지. 그때 나는 나무향 그윽한 숲에서 친절한 바람의 속삭임을 들었기에 마음이 평안하고 느긋했었단다. 그래서인지 그런 너를 보고도 무서운 줄도 몰랐지. 네가 가깝게 왔을 때 나는 살짝 몸을 180도로 돌렸고 그냥 가던 길을 가려고 했어. 그런데 너는 잠시 후 뒤에서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어쩌려고 그랬는지 서성이더라. 네 주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맥스 어쩌고" 하면서 부르자 그제야 부리나케 그쪽으로 달려가더구나. 그러고 보니 너를 만난 것은 두 번째였지. 항상 묶여 살던 네가 그렇게 공원의 Leash Off 구역에 오면 정말 신이 날 것도 같아. 얼마나 좋겠어.그런데 나를 보면서 그렇게 으르렁 거리던 네가 주인 옆에 있던 어떤 여자가 쓰다듬어 줄 때 갑자기 착해지는 것을 보면서 의아했단다. 나는 너에게 어떻게 보였던 것일까? 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으르렁 거리는 거니? 몇 년 전에 너랑 비슷한 개를 만난 적이 있었지. 그때 그 개는 자기 집 펜스 안에서 우리가 지나갈 때 왕왕거리면서 짖었단다. 그때 남편과 함께 걷고 있었는데 먼저 가던 남편에게는 아무 소리도 못하던 그 개가 내게는 너처럼 막 짖고 그러더라. 그리고 또 너 같은 애가 있었어. 10년 전 살던 집 옆에는 좀 수상한 사람들이 세 들어 살며 검은 개를 길렀었지. 난 그 집에 살 때 앞마당 나가는 것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언젠가 누군가가 그 집에 들어가려다 그 개가 물려고 달려들어서 그 사람이 순식간에 펜스를 뛰어넘어 우리 집 마당으로 넘어 오더라. 그 사람은 수상하긴 했었어. 아무튼 개네들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나를 우습게 본 거니? 네게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냥 내 길을 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디? 그냥 그렇게 으르렁 거리는 것이 장난일 뿐이었니? 아니면 내가 여자이며 덩치도 작고 눈빛도 여려 보여서 그랬던 거니? 남편은 너 같은 개를 만나면 눈빛에 힘을 주고 할 수 있으면 막대기와 같은 무기를 들라고 했단다. 정말 그래야 할까? 다음에 산책을 갈 때에는 숲에서 주운 나무 지팡이라도 들고 갈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네 이빨을 이길 자신은 없구나. 그게 오히려 고삐 풀린 너 같은 아이들을 더 자극시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그래도 생각해 보면 맥스 네가 나에게 달려들어 쓰러뜨리고 물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내가 그때 줄행랑을 치면서 도망가지 않은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야. 예전 같았으면 아마 도망가다가 잡혀서 뒷자리를 물렸을 것 같아. 이렇게 변화된 내 모습에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단다. 그렇지만 지금에서야 네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구나. 난 좀 형광등처럼 뒤늦게 그럴 때가 종종 있어. 사실 생각해보니 너보다도 네 주인에게 더 화가 나는구나. 그때 바로 항의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두 번이나 그랬는데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도 없던 게 네 주인이었어. 그러고 보니 네 주인이 네가 그렇게 망가질 때까지 그냥 그렇게 두었던 것이로구나 싶다. 너보다 연약한 개들도 있는데 끼리끼리는 그래도 좀 덜할까? 아니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럴까? 솔직히 세 번째 너를 만나면 나는 네가 무서울 것 같아. 정말 좋아하는 공원인데 그 공원에 다시 가지 말아야 할까? 눈치껏 돌아서 가거나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네가 언제라도 누군가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퍼뜩 염려가 되는구나. 그러니 피하지 말고 다음에 그곳에 갈 때 네 주인을 만나게 되면 꼭 너에 대해 말을 좀 해야 할 것 같구나. 그것이 그나마 조금은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네 주인은 너무 무심한 것 같아. 심각성을 모르지. 설마 하는 것이겠지. 설마가 사람잡는 것도 모르고 말이지. 맥스, 너는 미안하지만 Leash off 구간에서도 항상 목에 끈을 매달고 다녀야 할 것 같아. 그것이 네가 하는 행동에 대한 정당한 조치가 아닐까? 우리 봄이 와 토리가 걱정이 되어서 그래.
우리들의 봄이와 토리
# 2 (봄이와 토리)
봄이야 토리야, 난 너희들이 한국에서부터 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단다. 네 주인은 너희들에게 각각 7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는 유기견이었던 너희를 입양해 왔노라고 했어. Forever라고 하던가 그곳에 연락하면 너희 같은 아이들을 이곳까지 잘 데려다 주니 적극 이용하라고 너그러운 네 엄마가 일러 주더구나. 처음에 그분은 내가 한국사람인지를 모르다가 내가 너희들의 이름을 물으니 그제야 한국인인 줄 알고 반가워하더구나. 내가 너희들 사진을 찍을 때 "언니한테 예쁘게 찍혀야지"라고 말을 했단다. 근 이십 년 만에 들은 언니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역시 친절한 분이라 느꼈어. 가는 길 멈추고 포즈를 취해 주어서 고마웠어. 어쩌면 그렇게 귀엽게 생겼니. 그 공원을 산책하려면 꽤나 많이 걸어야 할 텐데 그렇게 자주 나오다 보면 건강도 정말 좋아질 것이라 믿어. 너희들이 힘들어 보였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하더구나. 버려진 후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컸었던 것 같아. 여러 달 동안 초록 바람이 그득한 숲을 산책하면서 나아졌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그 정성에 고개가 숙여지더구나. 너무도 좋은 엄마를 만났더구나. 산책하다 보면 많은 친구들을 만나지? 그중에는 정말 발랄하고 생기 있는 강아지들이 많던데 너희들도 곧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해. 너희들을 만나고 오다가 버르장머리 없고 가정교육이 돼 먹지 않은 맥스라는 놈을 만나 마음이 흐트러졌지만 아직도 너희들 생각에 기뻐. 하루에도 많은 일들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날은 행복하지 않은 날로 되어 버리기도 하더라. 그날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맥스보다는 '봄이 너와 토리', 너희들을 더 많이 기억하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맥스가 자꾸 생각나지만 너희 둘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내 눈에 찍힌 맥스의 사나운 이미지를 덮어 버릴까 해. 그래도 휴, 아직도 쉽지는 않네. 아무래도 사진을 찍어두기를 잘한 것 같아. 털이 보송보송하고 까만 코를 가진 작은 몸짓의 봄이와 토리야, 얼마나 너희들이 예쁜지 꼭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착한 너희들도 맥스를 조심해야 할텐데 어쩌지? 아무래도 맥스는 가만 두면 안될 것 같은데 말이지. 제발 주인이 먼저 정신을 차리길 바라고 있어. 봄이야 토리야 그럼 다시만날 수 때까지 잘 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