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이나 기다린 끝에 고양이 2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여름이 한창이던 7월 시원한 오이지를 만들어 파는 한인 농장으로 야채 거리를 사러 갔었다. 한국식 오이와 호박, 부추, 고추 등 그곳에 가면 푸짐한 야채를 마치 한국의 장터에서 보던 것처럼 살 수 있다. 농사일에 터서 거칠어진 손으로 듬뿍 담아주시는데 몇십 불이면 오이지와 각종 야채를 듬뿍 살 수 있다. 근처에 블루베리 농장이 있어 한번 가면 블루베리도 사 오곤 했다. 작년에는 유픽으로 많이 따기도 했는데 해가 갈수록 부지런함이 덜해진다. 하여간 메이플릿지에 있는 그곳들을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고향을 다녀온 듯 푸근해진다.
7마리를 낳아 젖을 먹이려다 앙상해진 어미 고양이
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배가 남산만 한 고양이가 내 앞에 떡하니 드러누웠다. 순간 눈이 반짝했다. 우리는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봄철부터 밴쿠버의 SPCA를 비롯해서 Crag List 등을 알아보고 있었다. SPCA는 반려된 고양이나 개 등의 동물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곳인데 코로나로 이래저래 연락이 잘 안 되었다. 고양이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서 사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녀석이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여름 내내 아기 고양이를 기다렸다. 어미 고양이는 젖소처럼 얼룩점이 있었기에 우리 고양이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어미는 두 번째로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7월 중순경 드디어 고양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미는 고양이 새끼들을 어디엔가에 숨겨놓고 밥만 먹으러 나타난다고 했다. 잔뜩 불은 젖이 새끼가 건재함을 알려준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8주는 되어야 고양이 새끼를 어미에게서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충분히 젖도 먹고 어미에게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본능인 줄 알면서도 쥐 잡는 방법만은 배우지 말아야 할 텐데 싶었다.
드디어 8주가 지나고 아기 고양이를 데리러 갔다. 속이 상하게도 어미를 닮아 얼룩 점이 있던 새끼는 어미가 낳으러 가다가 길에 떨어뜨려 죽었다고 한다. 농장에 들어서니 아비 고양이를 닮았다는 거무스레한 고양이 5마리와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한 장소에서 햇볕을 쐬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가 그렇게 한꺼번에 누워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함께 간 막내딸은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느라 난리가 났다. 마침내 딸의 친구도 그날 밤에 와서 고양이 한 마리를 냉큼 모시고 갔다. 이제 세 마리가 서로 어울려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참을 고양이와 놀다 보니 농장 주인 아들이 어머니를 트랙터에 모시고 돌아왔다. 아마 콩을 뽑던 중이었나 보다. 남편이 수놈으로 데리고 와 달라고 했는데 당최 수놈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몰랐다. 실례를 무릅쓰고 배 부분을 어루만지며 인터넷에서 본 정보를 가지고 수놈과 암놈을 구별하려고 했다. 10여 년 전에 토끼를 역시 어느 한인 농장에서 가져올 때 수놈이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새끼를 낳아서 깜짝 놀랐었다. 이번 고양이도 역시 농장의 주인조차 암수 구별이 쉽지 않다고 했다. 여섯 마리를 번갈아 들어 배를 까고 구별하려고 애썼으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수를 내었다. 이참에 두 마리를 기르는 것이 어떨까 싶은 것이다. 한 마리는 확실히 수놈 같기도 했지만 모른척했다. 두 마리가 서로 외롭지 않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 그랬던 것이다.
차 안에서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탐색을 하느라 가만히 딸의 무릎에 앉아 있지를 않았다.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묻기도 할 겸 Pet Shop에 들려 고양이 집과 밥, Litter Box, 장난감 등을 구매했다. 모두 167불이 들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100불이었으니 두 마리에 200불 그리고 167불 총 367불이 든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 계략이 적중했다. 남편은 정신이 없다며 한 마리 데리고 왔으면 좋다고 하더니 두 마리를 모두 기르자고 한다. 어릴 적에 자신이 기르던 그 고양이들 생각도 나는지 고양이 곁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는 밥 먹을 때 빼고는 한자리에서 오래 앉아 대화를 나눌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고양이가 오고 나서는 자주 그런 시간을 갖는다. 고양이들이 하는 짓이 그야말로 여우짓 같아서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나비와 구름이라고 지었다. 나비는 약간 회갈색이 도는 털이 긴 매력적인 암놈 같다. 구름이는 수놈인 것 같은데, 아직 동물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성별이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이 두 마리 때문에 정신이 쏙 빠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미 고양이와 헤어질 때 어미가 따라오며 울 줄 알았는데 그러질 않아 충격이었다. Pet shop의 점원 말에 따르면 8주 넘을 정도면 어미로서는 할 일 다 했다는 것이다. 나비와 구름 이는 애교가 많고 사람을 정말 잘 따른다. 둘이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
아기 고양이가 어미와 그리고 형제자매 고양이들과 커들링을 하면서 두어 달을 보낸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어서 내가 어미처럼 해주기로 했다. 저녁에 소파에서 자면서 어미 털과 비슷한 질감의 담요를 가지고 고양이들이 오면 감싸주곤 했다. 자다 보니 내 겨드랑이 부분에서 두 마리가 푹 파묻혀서 잔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싶다. 그들의 행동을 표현할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을 기를 때 느꼈던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7년이나 기르던 토끼들을 내 실수로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서 트라우마로 힘들어했다. 아이들에게 느꼈던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 내가 많이 우는 바람에 고양이 엄마 노릇을 하던 둘째 딸은 울지도 못했는데 그것이 마음이 걸린다.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언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나비와 구름이는 어떤 종류의 고양이 일까?
우리 고양이 나비와 구름이 이 두 생명이 나에게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도 못 하고 오로지 오로지 우리가 해주는 대로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을 이 연약한 생명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새엄마로서 알아가야 할 것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