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어디론가 가야 한다며 꿈속에서도 떠난다. 가면 만날 것 같은, 그 사람을, 그 시간을 찾아서...
지독한 그리움의 대상은 다름 아닌 그때이고 그 사람이다. 그때는 놓쳤던 시간이며 그 사람은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그리움을 두고 떠난 자는 떠난 곳에서도 머무르지 못한다. 그저 떠난 시점의 모습으로 장소만 달라진 곳에서 서성거릴 뿐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서성거릴 그리움과 동행하고 싶어 떠난다.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연인들의 핑계처럼 이쪽의 그리움을 두고 더 큰 그리움을 만나러 떠나는 것이다. 멀리 있어야 더 그리워질 수 있을 테니까.
밴쿠버에서 21년째 살고 있다. 무턱대고 짐을 싸서 정착했고 미적미적 거리면서 오래 살았다. 어떻게 보면 뜨겁게 살았고 어떻게 보면 대강 살았다. 이 시절을 포장해서 허공에 대포를 쏘듯 터트리려고 한다. 대포는 터지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화약 냄새나는 이 시간 보고서가 공기 중에서 잠시나마 반짝거리는 빛으로 남았으면 한다.
유난히 파고가 세었던 지난 몇 년을 정리하자면 글이 최선이다. 인생 지각생처럼 느슨하게 살다가 작년부터 구체적으로 글을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다. 별 볼일 없게 느껴지던 일상도 정리가 되니 들여다볼수록 맛이 드는 것 같다. 김치가 무르익듯이 글을 쓰면 사람도 맛깔나게 숙성된다. 글을 쓰는 한 바윗돌 같은 사람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쓰지 못해서 일뿐이다.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간 사람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내가 모르는 스토리는 설레는 순간을 가져다준다. 맨땅에 헤딩도 유분수지 준비도 없이 대들다시피 하며 살아낸 세월이 대견하다. 달고 짜고 상큼했던 순간은 물론 써서 뱉어 버리고 싶었던 순간도 글로 남겨지면 누구의 이야기든 역사가 된다. 그러니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밴쿠버는 블루와 그린 컬러의 도시이다. 푸른 하늘과 초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이곳의 삶도 푸르뎅뎅하다. 여기선 고독과 정을 트고 살게 된다. 수십 년을 살아도 무의식중에 '남의 나라'라고 한다면그는 늘 신발끈을 매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신발을 다시 벗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고독이다. 고독중독증이라면 아주 멀리 떠나온 이곳의 삶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백조는 혼자 있을 때 더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런 백조를 보면서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을 떠올린다. 백조가 물속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백조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