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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한국음식, Soul 푸드

길거리에서 엄마, 언니, 동생 같은 이들이 해 주는 음식

나는 길거리 음식에 빠진다. 떡볶이, 김밥, 찐빵, 만두, 김말이, 어묵, 튀김 등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결코 그 맛이 안 나기도 하거니와 거기 가면 만나는 사람도 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가게 주인이다. 꼭 우리 엄마 같고 언니 같고 동생 같다.


찜질방에서 몸이 노곤할 때까지 뒹굴다 나온 데다 동전 넣고 하는 마사지 의자가 종아리까지 주물러줬다. 어깨와 입 주위에 잔뜩 힘을 주고 긴장하며 살았다. 갑자기 풀어진 몸이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상관없다. 쓰러져도 서울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밴쿠버에 살 때는 휴양지로 나와 사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했지만 한국에 오니 집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내 집인가 싶다.


“Count your every blessing”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한순간 한순간을 음미했다. 하루에 수십 번씩 감사할 수 있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것이다.


찜질방 갈 때 왜 엄마랑 함께 가지 않았을까?  엄마는 빠지고 우리만 나댔던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내년에 한국에 가면 엄마가  최우선 순위다. 차멀미가 있지만 차를 빌려 동해안을 깡그리 뒤지면 어떨까?


누군가가 “남자들은 위장에 영혼이 있다”라고 했다는데 여자인 나도 위장이 차면 영혼까지 채워지는 것 같다. 나는 먹고 싶었던 쑥갓 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등 여러 김치를 섞어 조금씩 샀다. 백화점 지하에서 본 음식은 화려했다.  시식코너에서 조금씩 먹어볼 수 있다. 그래도 시장에 가서 보고 듣는 생생한 소리와는 바꿀 수 없다.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는 시장에 가면 된다.


주는 것보다 팔아 남기는 게 더 많은 마케팅 전략이라지만  무료 시식코너 앞에서  행복하다.

대개 하나 집어 든다. 나는 일부러 그 전략에 넘어가준다. 물건보다 시식코너의 사람이 좋아서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단순히 음식의 맛보다는 그것이 있기까지 노고를 다했을 사람들을 더 생각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었을 추억의 음식, 한국 음식. 음식은 더 이상 음식만으로 여겨지지 않는 살아있는 영혼이다. 손으로 씻고 만지고 데치고 볶고 끓이는 작업을 통해 훨씬 더 먹음직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생산물들, 그리고 그것들과 완벽하게 조화로운 사람들의 손맛과 정성, 그 탄생 물을 어떻게 단순하게 먹거리로만 부를 수 있을까?


음식은 자연과 협업 한 인간의 창작물이다. 가장 착하고 신성해야 할 것이 음식이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정'을 넣는다. 식당의 반찬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민족이 그렇게 아낌없이 한상에 푸짐하게 다 내어놓을 수 있을까? 비면 다시 채워달라고도 한다. 나는 한식당에 가면  미안하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쏟은 땀방울이 보인다. 되도록이면 싹 비운다. 반찬도 남기지 않고 집으로 가져와 정성스레 다 먹는다.


사람은 자신이 최선을 다하면 상대에게서도 바라는 법이다. 그것을 채우지 못해 한국 여인들은 화병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한국 엄마들은 아낌없는 주는 나무,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다. 나는 엄마에게 그래서 더 빨리 가야겠다. 그 그루터기에 앉기만 했는데 내년에는 내 나무 그루터기에 엄마를 앉히고 싶다.


사진 : Starce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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