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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병원 천국, 서울

캐나다에서 왜 서울에 치료받으러 갈까?

내 인생의 모든 것, 아이들을 두고 한국으로 2010년에 치유 여행차 떠났다. 그때 막내가 6살이었다. 내가 있을 수 없는 짓, 나의 전부였던 아이들을 두고 한국으로 떠난 것이다. 우선 나를 위한 배려 항목 첫 번째로 종합 검진을 했다. 한국건강관리공단에서 종합검진을 했고 연세대 세브란스에서 아이들 고모부가  소개해준 신장내과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스펀지처럼 내 신장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위, 대장, 목, 무릎 외 관리 항목이 또 하나 늘었다.

 

수십 년 동안 캐나다의 무료 병원 시스템이용하지 않았던 남편에 비해 시간 되는대로 병원을 들락거렸던 나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내가 훨씬 더 많았다. 캐나다에선 무료 검진 시스템이라 경제적 부담이 없는데 왜 한국에서 검진을 받을까? 한번 진료에 두어 가지 증세만 말해야 하고 각 증상을 따로 관리한다. 아플 때마다 패밀리 닥터를 거쳐 그 분야 전문의까지 가야 하는 과정이 길고 답답하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증세를 치료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시간도 문제지만 절차에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시설 좋은 각종 의료 기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내과, 정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안과, 치과 등등의 병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디를 가더라도 평균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친절한 병원 스태프, 신속한 검사와 결과. 만족스러운 병원 방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외교포를 위한 건강검진을 하는 몇몇 곳이 있어 하루 만에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우선 서울에 가면 산부인과에 들른다. 밴쿠버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팝시미어를 하러는 연락이 온다. 면봉으로 자궁내부의 세포를 조금 떼어내 테스트하는 검사다. 하지만 정확도를 믿기는 힘들다. 한국에서는 자궁경부를 아예 사진으로 촬영해 면밀하게 분석한다. 자궁 안 속 시원하게 볼 수 있어 산부인과에 다녀오면 속이 후련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문제가 발견된다. 


치과에도 간다. 스케일링도 그렇지만 구멍 나거나 망가진 이를 때우는 치료가 캐나다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저렴한 비용에 정서적 충만도가 높아진다.  


피부과도 간다. 몇 년 전에는 얼굴 가득하게 퍼져 있던 점을 다. 점을 뺄 때 나던 살 타던 냄새. 내 살을 태우는데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서울이어서 그랬다. 밴쿠버로 돌아올 때 작은 반찬고를 얼굴에 몇 개 붙이고 왔다. 에어 캐나다의 스튜어디스가 자꾸 쳐다봤다

피부병에 걸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더 더 예뻐지고 싶었다.


스포츠 마사지도 받았다. 동생이 치료사를 집으로 아예 물러 들였다. 언니 동생들이 다 보는 거실 한가운데서 치료사가 가져온 침대를 펼쳤다. 나보고 올라가라고 했다. 엎드리게 해 놓고는 치료를 시작했다. 시원하면서도 아팠다. 나는 촌스럽게 소리를 질러 댔다. 어리광 섞인 외침이었다. 온전히 사랑받는 경험이었다. 내 동생은 내 골육이기에 내가 홀로 겪었을 아픔을 이해하고 그런 치료를 준비한 것이다. "도대체 언니는 몸을 어떻게 관리하냐"는 핀잔도 반가운 꾸지람이었다.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서울에서만 가능한 잔소리였다.


그다음으로는 미용 시술이었다. 역시 동생이 눈썹을 문신하는 곳으로 사전 예고도 없이 데려갔다. 윗눈썹뿐만 아니라 속눈썹 가장자리에도 문신을 했다. 엄마도 같이 갔었는데 시술을 끝내고 강남 고속 터미널 지하에 갔더니 상인이 웃으며 말했다. “단체로 눈썹 문신 하셨네!” 엄마랑 나랑 똑같이 숯검댕이 눈썹 문신을 티 내고 다닌 것이다. 그때가 그립다. 사랑받았던 그때가. 지나가는 관심도 그립다. 서울이니까!


서울은 세계적인 의료 강국이 되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펴지고 기쁜 소식이다.



사진 : 2 M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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