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암담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밴쿠버도 영업을 제대로 못하는 사업자가 많다. 유명한 대형 체인식당들도 문 닫은 곳이 많고 문을 연 가게들도 정부가 여러모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힘들 것이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안타깝다. 아이들 학교는 6월 중순이면 방학을 한다. 그간 학교 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메일을 열 번 이상 받았다. 그러면서도 학교는 아슬아슬하게 오전 수업을 이어왔다. 전사처럼 용감하게 학교에 다닌 아이들이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며칠 전 화원에 갔다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손님이 많은데 놀랐다. 이곳의 Nursery (화원)은 규모가 크고 쇼핑센터처럼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구색을 맞춘 곳들이 많아 구경 가기 좋다. 사실 밴쿠버는 오락을 위해 갈 만한 유흥 시설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화원 방문, 과일 따러 다니기, 산과 들로 캠핑 다니기 등 자연을 찾는 야외 놀이를 즐기게 된다. 봄철 꽃나무를 사는 것처럼 가성비가 있는 쇼핑은 없을 것이다. 자연의 나라 캐나다 밴쿠버 사람들은 정원 가꾸기를 정말 좋아한다. 집집마다 개성 있는 정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잔디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요새 책 본답시고 정원에 나가지를 않았더니 잡초가 잔디처럼 자라 있다. 옆집에는 할머니 한분이 사시는데 정원에 그리 신경을 못 쓰시는 것 같다. 동네에서 나란히 눈에 띄는 두 집이다.
얼마 전 지나다가 농장에서 내놓은 무인 판매대에서 야채 모종을 사다가 뒤뜰에 심었다. 남편이 얼마나 애지 중지 기르는지 쑥 쑥 자란다. 한인 마켓에서 깻잎, 고추, 토마토 등도 사서 심었다. 매일 한 번씩 솎아서 먹어도 여전히 다음날 보면 쑥 쑥 자라 있다. 원래는 그 터에 단풍나무가 있었는데 남편이 싹둑 잘라버려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단풍나무 때문에 근처 울타리용 나무들이 죽어 그랬다는데 결국 나무 펜스를 달아야 했으니 단풍나무만 보내버린 결과가 되었다. 단풍나무의 뿌리가 크고 깊게 분포해 있어 그 뿌리를 들어내느라 남편이 고생을 했다. 단풍나무가 보고 싶어 속앓이를 했다. 그 단풍나무가 있던 자리에 야채를 심어 잘 먹고 있지만 여전히 그렇다.
야채를 다 먹고 나면 그 자리가 너무 허전할 것 같아 해바라기 모종을 사러 화원에 들렀던 것이다. 가을에 키가 큰 해바라기가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고 싶다. 힘든 시대에 나 대신 'Hi'라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어 주면 좋겠다. 날이 갈수록 영어를 쓸 시간이 없어진다. 어울리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라야 편하고 처음에 이민 왔을 때 사귀었던 캐네디언들조차 멀어진 지 오래다. 캐나다에 살지만 한국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는 점점 더 한국적이다. 영어를 쓰지 않아도 아쉬운 대로 잘 살고 있다. 늘 한국말에 둘러 싸여 있으니 영어는 점점 뒷전이다. 일을 하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해바라기는 모종은 다음 주에나 나온다고 한다. 넝쿨 장미 한그루를 살까 하는 마음이 있어 둘러보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세발자전거였다. 화원에서 무거운 나무 등을 실어 나르라고 자전거를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세발이라서 안정감이 있어서 무섭지 않았다. 장미 구경은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 넓은 화원을 마구 쏘다니다 보니 아이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어 사려던 제대로 장미는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던 자전거 덕에 재미나고 신나는 하루였다. 꽃바구니가 주렁주렁 달린 화원은 언제라도 방문하고픈 장소다.
꽃을 찾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마음에 꽃을 피우고 싶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을 들여다보면 생기가 느껴진다. 힘들 때일수록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바라보고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잠시라도 시름을 잊어야겠다. 해바라기 모종이 다음 주에는 나온다고 하니 화원에 다시 가야겠다. 25불짜리 넝쿨 장미를 세발자전거 뒤에 싣고 다시 화원을 누빌 것이다. 어렵지만 소소하게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어디에나 있을 테니 찾아야 한다. 발품을 팔아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