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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Sep 15. 2020

아침루틴

 어릴 적부터 운동은 젬병이었다. 체육시간이 싫었고, 뛰고 달리는 것보다는 앉아서 책보고 영화보고 수다 떠는 것이 좋았다. 운동이 싫었다기보다는 운동을 못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달리기는 폐활량이 약해서 힘들었다. 오래달리기를 할 때는 악으로 깡으로 달려도 거의 꼴찌 그룹에 속했다. 근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도 그렇다. 원체 근력이 부족해 턱걸이나 팔굽혀 펴기는 하나도 하지 못했다. 구기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어릴 적 다니던 초, 중학교는 배구가 유명한 학교여서 수업시간에 항상 배구종목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을 두려워했고, 요령도 없어서 공을 가지고 놀았다기보다는 공에 맞기 일쑤였다. 하루는 학교시험으로 배구 패스를 연습하느라 손목에 멍이 가득 들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 배구를 해본적은 없다. 이렇듯 운동신경이 없어서 운동을 하고 성취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운동을 피했고,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느라 나를 돌볼 틈 없이 지냈다. 내 몸의 면역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있어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걸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우리 아파트 한 블록 앞에 요가센터가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았고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던 터라, 무엇에 이끌린 듯 3개월이나 결제를 하게 되었다. 물론 운동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유연성은 있다는 생각에 요가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 첫날은 충격이 었다. 수업 한 시간 내내 눈치 보며 쫓아가기 바빴고,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게 되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도 어렵지 않게 난이도 있는 동작들을 소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놀랬다. 하루 요가를 하면 그 다음날은 온몸의 근육이 뭉쳤다. 그래도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갈 때쯤 몸이 주는 자극을 즐기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되지 않던 동작들이 되어가고, 요가 후에 흐르는 땀이 주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 후로 지금은 3년이 더 흘렀다. 요가원을 꾸준히 다니다, 집에서 요가를 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요가하기를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이다. 아이들과 남편이 자는 시간, 아직 해가 채 떠오르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노트북에서 좋아하는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아침요가를 시작한다. 물론 오늘 수련할 요가 영상을 전날 밤에 미리 골라놓는다. 아침에 영상을 고르느라 지체하면 금세 날이 밝아 가족들이 깨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시간에 영상을 따라 하며 내 몸을 체크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침을 요가로 시작한 하루와 그렇지 않은 하루는 다르다. 몸이 가볍고 눈과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나 같은 운동젬병이도 요가를 할수록 중독이 된다. 좀 더 난이도 있는 동작을 찾게 되고, 한 동작 한 동작 해낼 때마다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요가를 할수록 느끼는 것은 요가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깝고, 몸과 마음의 단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점이 나와 맞았던 것 같다. 많은 요가 동작 중에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다운독자세와 살람바시르사아사나자세다. 요즘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그때그때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운독자세는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어깨 아래 손목이 오게 하고 팔을 뻗어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이때 발뒤꿈치를 바닥으로 눌러주고 꼬리뼈를 하늘을 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핏 보면 엎드려 팔 굽히기 자세에서 엉덩이를 위로 올린자세와 비슷하다. 이 자세는 강아지가 기지개를 펴는 자세라고 한다. 이 동작을 하면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로 있었던 어깨 근육이 이완되고, 종아리 근육이 풀리면서 시원한 느낌을 맛 볼 수 있다. 

  살람바시르사아사나자세는 머리를 바닥에 딛고 물구나무를 서는 자세다. 엎드린 자세에서 양손 팔꿈치를 잡고 공간을 만든 후 두손 깍지를 낀다. 깍지 낀 두 손 사이에 머리를 넣고 다리를 머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그러면 점점 머리에 압력이 느껴진다. 그때 배에 힘을 주면서 두 다리를 들어 올리고 몸을 일직선으로 만든다. 이때 전신에 힘을 주고 있어야 이 동작을 유지할 수 있다. 머리서기 자세는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자세다. 이 동작을 하고나면 혈액순환이 되어 몸이 가벼워고 눈이 밝아짐을 즉각 느낄 수 있다. 요가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지만 이런 동작이 잘 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아침을 요가로 시작하면 하루의 시작 전 내 몸을 먼저 돌보게 되는 셈이다. 그때그때 몸이 결리거나 안 좋은 곳 위주로 요가자세를 취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지,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로 육체가 정신을 지배할 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요가로 시작한 하루는 가뿐하고 개운하며 긍정적이게 된다. 운동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요가를 시작으로 수영이나 조깅 등 다른 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요가를 좋아한다. 자신의 취향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분명히 알고 있음이요, 이는 자기 확신이 있다는 말이다.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고 주위에 시선이나 말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는 명확히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요가를 만나면서 요가가 좋아졌고, 확실한 취향 하나쯤은 생긴 셈이다. 나는 오늘 아침도 요가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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