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난독증 결과를 알고 나서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하루빨리 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했다.
검사한 병원에서는 치료를 위한 대기자들이 많다고 했고,
비용의 부담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담당 선생님께서 교육부에서 하는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다.
그렇게 검사받고 치료프로그램으로 연결되기까지 또 몇 달이 걸렸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느리기만 한 것 같은 우리 아이가 받아야 하는 검사와 치료 프로그램을 용납하는 데까지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연결해 받을 수 있게 되었다. ㄱ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배워가기로 했다.
난독증 아이들은 커가면서 좋아지겠지 하고 그냥 두면 좋아지지 않는다고 초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아이를 기관에 연결하면서 유튜브와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고 몇 달간 반 전문가가 되었다.
이것이 엄마의 힘인가 보다.
자식을 위해 무엇이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는 받아쓰기 시험이나 수학 시험 성적표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난독인걸 알았을 때는 빨리 개입해서 또래 아이들 수준을 따라가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많이 조급했다.
지금은 천천히 가기로 했다. 아직 초등 2학년 아이다.
지금은 느리지만 결국에는 따라갈 거라고 믿는다.
나는 지금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리는 것,
혹시나 학교생활에서 자존감이 낮아질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
날마다 책 읽어주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뭣도 모르고 처음에 이것저것 한다고 아이한테 들이밀었을 때 아이를 더 힘들게 했다.
지금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가끔은 걱정과 염려에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는다.
우리 아이는 잘 크고 있다는 믿음으로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아이 안에 있는 재능이라는 작은 씨앗이 자라나기를
그리고 활짝 꽃 피우기를
엄마는 해가 비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 그 옆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내가 모든 것을 어떻게 다 해줄 수가 있겠는가.
다만 믿고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