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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May 11. 2022

"엄마는 꿈이 뭐야?"

"엄마는 꿈이 뭐야?"

첫째 아이가 와서 묻는다.

엄마의 꿈?


그래 엄마도 꿈이 많았지....


"너는 꿈이 뭐야?"

할 말을 망설이다. 내가 다시 되묻는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우리 첫째 딸은 잘하는 게 많다.

바이올린도 배우고 있고, 영어도 곧 잘해서 그런 쪽으로 꿈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되고 싶단다.

그러면서 자기 노트북을 보여준다.

한 폴더를 열더니 거기 본인이 쓴 여러 작품들이 있다.

쓰다만 이야기도 있고, 제법 완성돼 가는 이야기들도 있다.

"왜 작가가 되고 싶어?"

"나는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어. 하루 종일 글만 쓰고 싶어.

나도 조앤 롤링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눈에서 별이 반짝인다.

어쩜 이런 모습까지 엄마를 빼닮았는지...


자식을 키우다 보면 순간순간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인 걸로 기억한다.

국어 선생님께서 내가 쓴 독후감을 칭찬해 주셨고,

그 작품으로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기억도 있다.

그때 이후로 나는 갑자기 글을 잘 쓰는 아이가 되었고,

글 쓰는 일이 나의 칭찬의 근원이 되었고, 학교에서 내 존재감이 높아졌다.

그때부터 글 쓰는 일을 좋아했고,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갈 때도 국문과나 문창과를 가고 싶었지만 거기 가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부모님 말에 K- 장녀는 주장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아셨을까?

한풀 꺾였던 꿈이 나이가 마흔이 넘은 아직도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대학 가서 배우지 않아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몇 년 전 동화작가의 꿈을 가지고 동서문학상에 도전해 입상한 적이 있다.

그러고 또 코로나다 뭐다 육아로 인해 또 놓고 있었던 내 안에 갈망.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건 올림픽도 아닌 것이 마음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몇 년마다 다시 타오른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정말로 도전해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엄마와 딸 둘 다 작가인 것도 멋지지 않을까?

몇 년 후 미래를 그리며 혼자 웃어보기도 한다.


마흔이 넘은 엄마는 본인에게 큰 재능이 없는 것을 안다. 그리고 부지런하지도 않다.

하지만 마흔까지도 마음에 불을 태우는 일이라면 이제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작가에게는 정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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