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니는 난독센터는 대단지 아파트 맞은편에 있다.
그래서 항상 난독 치료가 끝나면 맞은편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간다.
낯선 동네 낯선 놀이터라 엄마는 어색하기만 한데, 아이한테는 여느 놀이터처럼 놀이터는 그저 신나는 곳이다.
오늘도 치료가 끝나고 놀이터에 들렀다.
삼삼오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지만 우리 둘째는 혼자다.
우리 아이는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들 무리를 서성이더니 슬그머니 친구들이 노는 것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 놀고 있다.
얼음땡 하면서 술래가 되었는데 동생들에게는 일부러 살살 달려 봐주고, 또래 친구들에게는 신나게 달려 잡기도 하면서 놀고 있다.
엄마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늘에 앉아 놀고 있는 너의 모습을 지켜본다.
밝게 웃고 땀 흘리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너를 보면서 너무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배려도 잘하고 사회성도 좋은 너인데 엄마가 너의 단점에만 함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난독증, 틱이라는 증상에 가려 너의 강점들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지금 발현되는 증상들이 너와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것은 너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다.
너라는 아이는 사랑 그 자체인 것을.
사랑해 아들!!
난독증 때문에 학업에 힘들어하는 것도,
틱 때문에 불편한 것도,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것도,
한 번씩 엄마를 보고 안심하라고 씩 웃어주는 것도
다 너인 것을.
너 자체를 엄마는 너무너무 사랑한다.
엄마는 오늘도 너를 엄마에게 보내주신 그분께 감사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