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사이다 Jul 21. 2022

구구단 외우기

난독인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난산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난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산이 빠르지는 않다.

똑같은 계산도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주고 하라고 하면 해내는 모습이 기특하다.

2학년 1학기 말, 드디어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시기가 왔다.

우리 아이가 난독인 것을 알고 난독인 아이들이 암기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 구구단은 어떻게 외워야 하는지 전부터 걱정이 됐었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다니는 교회 부설 공부방 선생님께서 아이 사정을 아시고 천천히 미리 알려주고 계셨다

집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 2단부터 물어보는데 생각보다 잘 외웠다.

단, 아직 구구단 게임은 어렵다. 2*7을 물어보면 2*1부터 차례대로 해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잘 외다가 중간에 하나라도 틀리면 다 어굿나버리니까

겨우 6단까지는 중간에 빈 구멍을 보이며 외웠다.

사실 완전히 외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걱정보다는 훨씬 잘해주었다.

방학 동안에 매일 엄마랑 구구단 외면서 확인하면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물론 아직 7,8,9단의 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우리 아이처럼 느린 아이를 느린 학습자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우리 아이가 딱 그렇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교육에서 대부분 느린 모습을 보인다.

한글도 그렇고, 수학도 그렇다. 사실 아직도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한다.

소근육 발달이 느려서 그런지 종이접기도 어려워한다.

그러면서도 피아노 다니고 용케 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엄마 눈에는 모든 것이 느려 걱정이지만 나름 학교 생활을 잘해나간 것 같아 대견스럽니다.

벌써 한 학기의 마무리다.

처음 학교 가서 생긴 틱이 아직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너의 긴장도가 얼마나 높았을까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잘 지내주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줘서 고맙기만 하다.

울 아들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았어.

방학 동안 푹 쉬고, 엄마가 책 많이 읽어줄게.

우리 구구단 연습도 열심히 해서 2학기는 좀 더 수월하게 지나가 보자.

난독증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염려와 걱정이었는데

이제 조금씩 아이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성취해 가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도 조금씩 자라나나 보다.

엄마는 남몰래 너의 작은 성장을 보면서 눈물을 훔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독증 심리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