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인듯하다. 우리 둘째 아이가 난독증 판단을 받은 지.
판단을 받고 치료 기관에 연계돼 치료를 시작하기까지는 또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처음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의사 선생님께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면서 어머니는 어디 불편하신 곳이 없는지 물으셨다.
아마 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혹시 선생님은 이 엄마가 우울증이 있지는 않은지 염려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평생 '난독증'이라는 단어는 생각도 못해봤고, 우리 아이와 상관있으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오려는 울음과 절망을 겨우 붙잡고 병원문을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고 벌써 6개월이다.
치료 선생님 말씀도 그렇고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난독증은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 몇 달 동안 전혀 좋아지지 않는 것 같고 제자리인 것만 같은 순간, 순간 절망의 연속이었다.
학교 선생님께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따로 연락을 받고
내가 직접 가르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낄 때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이에게 나의 슬픔을 투영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알게 모르게 전달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우리 아이도 많이 자라났다.
물론 아직도 또래보다는 느리다.
우리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다른 아이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그 간극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받아들이고 많이 틀리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엄마는 감동이다.
얇은 읽기 연습 책을 읽을 때 예전보다 유창성이 좋아졌을 때 엄마는 감동이다.
가만히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자라나고 있었구나.
누가 배움은 계단 모양으로 성장한다 하지 않는가. 멈춰있는 것 같을 때가 있지만 그 인내의 시간을 잘 지내면 한 단계 성장하는 때가 올 것이다.
난독증 아이를 키우면서 내 목표는 초등 6학년까지 또래 정도의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얇은 문고판을 읽어낼 수 있는 정도의 읽기 유창성을 기르는 것이 내 목표다.
아직도 한글 유창성이 부족하고, 수리적 능력도 더 연습이 필요하고, 영어 난독증 개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갈길이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에는 우리 아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글자를 읽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님이 다른 쪽으로 더 큰 은사를 주셨으리라 생각한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곧 드러나고 날개를 달아 날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들아, 느리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너를 응원한다.
엄마는 너를 믿고,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줄 뿐이다.
지금 학교에 가있는 이 시간, 엄마는 오늘도 너의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혹여나 학습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지를 않기를,
속 사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엄마는 학교 다녀온 너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고 있을게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