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약 30분가량 뒤면 나는 결혼을 100일 앞둔 여자가 된다. 누군가 내게 '지금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정확히 대답을 하기 힘들 것이다. 매사 똑 부러지고 명확한 내가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큰 일을 앞두고 내 기분에 대해서조차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신기해하는 중이다. 실제로 정말 모르겠다. 지금 내가 무슨 기분이고, 무슨 감정인지 말이다. 그렇지만 나의 결혼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사실 한 줄은 존재한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
며칠 뒤면 나와 내 남자친구는 무려 연애 10주년을 맞게 된다. 이 사람이랑 10년이나 연애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사귀는 와중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새삼스레 놀라는 요즘이다. 최근 유행하는 MBTI 중에서도 파워 J에 해당하는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 황당한(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그때는 굉장히 진지했다.) 목표 하나를 정했었다.
'결혼 전 5명의 남자와 연애하기'
왜 그런 목표를 정했냐고 묻는다면, 당시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한 사람과 1년 또는 2년 이상의 이성관계를 지속하는 일은 꽤나 큰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남자 정도는 만나줘야 적당한 결혼 상대를 고를 수 있는 눈을 기를 것이라고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한 명의 남자와 20대의 대부분을 함께하고 이제는 남은 몇 십 년의 인생마저 함께하려고 다짐을 하고 있다.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10년 전 목표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지금이다.
그런데 나는 과거의 내가 정한 길에서 벗어나 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가려는 내가 꽤 자랑스럽다. 나의 10년은 그가 있어 행복했고, 다채로웠으며, 풍요로웠다. 나는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에 후회가 없다. 그가 없었다면 내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말이다.
누군가 사랑은 눈에 쓰인 콩깍지가 벗겨지면 끝나는 거라고 말한다. 10년간 벗겨지지 않은 콩깍지라면 라섹시술 정도로 굳이 애써 깎아내지 않는다면 벗겨질 일 없는 내 몸의 일부인 각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 간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하며, 노력한 한 가지 분야. 사랑.
내게 가장 예측불가한 변수를 던져주고, 내가 정한 길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 하나의 이유. 사랑.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 하나의 가치. 사랑.
단 한 사람과 10년을 사랑하고,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전적 글로 기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