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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기후변화에 대한 내 생각

by 파일럿


2년 전,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다. 그땐 아직 해운업계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고, 당시 책을 읽었을 땐 막연히 - 환경 문제도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 점에서 해운업과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 즈음,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의 갭을 줄여나가는 방향성을 설정했고 2년이 지났다. 그간 환경 규제 관련 스타트업에도 도전했고, 지금은 기후 관련 정책 연구, 캠페인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선박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래의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 북극곰을 위해서라는 대단한 사명감이 주된 동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에 큰 동기부여를 받고 있고, 보람도 느낀다.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캠페인 목적이 비슷하기만 하면 세계 각지에 위치한 파트너들과 쉽게 이뤄지는 협업과, 서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는 문화도 파트너십 맺길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다.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수단 - 미디어, 보고서, 이슈 브리프,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 - 을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체성이 있다는 점도 아주 큰 만족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image.jpg?type=w1 처음 참석했던 COP29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반면 어려움과 고민도 많다. 예전엔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선 안에서 회사에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선택을 하면 됐으니,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제안하는 정책이 그 지역 사람들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하지 못한 부차적인 결과는 없을지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훨씬 많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이제 막 기후 변화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생겨나기 시작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기후 문제에 대한 이해의 수준도 다양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많이 접한다.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으로 기후 변화가 생긴 게 아닐 수도 있잖아?

또 빙하기가 와서 기온이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직 좀 추울때도 있는데, 조금 더 따뜻해져도 괜찮지 않아?

전 세계의 조별 과제인데,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지구는 이미 망했으니까 그냥 화성이나 개발하는 게 더 나은 것 아니야?

풍력, 태양력 - 보조금 없이는 힘들고, 중국 좋은 일만 해주는 거 아니야?

기후변화 vs 경제발전,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야?




예전엔 조목조목 하나하나 다 반박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며 크게 배운 건, 사람들의 의견, 특히 신념은 근거의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주는 것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의 사실관계보다 훨씬 더 큰 대전제가 있고, 그 대전제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 이상, 나와 하는 10분 정도의 대화로 의견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니 차라리 책, 전문 서적, 영상을 추천해 주고 다른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좋았다.




기후 문제는 인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은 지구에 사는 사람, 그리고 그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을 약자들을 돕는 데에 있다. 그리고 기후와 환경 파괴를 무시하면서 수익을 내는 사업에는 기후 비용을 고려한 정당한 비용을 부과하고, 기후 문제를 돕는 효용을 주는 기업은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들이 필요하다. 기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는 연구 개발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슬프게도 우리에겐 무한한 시간과 예산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대중 매체는 이렇게 말한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이 자원을 아끼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행동들의 효과는 미미하다. 기후변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려면,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생겨나고, 내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스템의 변화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가 뽑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개인으로서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가장 레버리지가 높은 행동은, 기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과학이 뒷받침된 자료들을 접하고, 기후에 이로운 정책들을 제안하는 정치인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된 자료들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래 영상을 추천한다.




기후 변화의 주범은 인간일까, 태향일까? - 기후 위기의 핵심

https://youtu.be/qLXJlHoSz8w?si=XkqwY1DKz8R1SdqC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지?

https://youtu.be/yiw6_JakZFc?si=MmrdikTxQLGFMK4P




원래는 책 리뷰로 쓰고 있었지만 말이 길어졌다.




책 중에서 인상깊은 구절들



지구가 죽어간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지구의 본체는 거대한 암석으로 되어 있는 행성일 뿐이다. 정말로 위태로운 것은 그 표면을 살아가는 사람과 생명이다.




사람의 생활 역시도 우주와 지구의 거대함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점이다. 그 미미한 사람이 미미한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아주 크다. 나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뿜어내는 온실기체가 지구를 통째로 금성처럼 바꾸어놓기는 부족하겠지만, 당장 지구에 사는 사람 자신의 삶을 괴롭히기에는 충분하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사람이 없던 시대에 자연 그대로의 상황에서 저절로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의 결과에 비하면 작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기후변화 때문에 지상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모두 살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이것은 한 종류의 생물이 멸종한 것뿐이므로, 대멸종은 커녕 중멸종도 아니다. 나는 기후변화의 피해가 상당히 격해진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사람이 멸종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기후변화의 충격은 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형태로 먼저 나타날 것이다.


- 기후변화와 인권문제의 긴밀한 관련성, 우리 회사에 인권 관련 업무를 하던 분들이 많은 이유


- The impact of carbon tax can be regressive, and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can also be regressive. People with lower-income living in lower GDP countries will have to suffer first, which is why we need to act now.




스위스는 1971년이 되어서야 남녀가 법적으로 같은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1971년이면 사람이 달에 우주선을 타고 가서 착률한 이후다. 유의할 것이, 남녀 투표권 평등이 보장된 이후라고 해서 이들 나라에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아름답고 좋은 세상이 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 시기 전에는 나라에서부터 대놓고 남녀를 법으로 정해서 차별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의 발견: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지구 평균 대기 온도를 높이고, 이는 기후 변화로 이어진다. 불평등한 고통,


- 존 틴들 (John Tyndall) / Eunice - 이 가장 중요한 인물로 인정을 받아왔다.


- 아레니우스의 발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뛰면, 지구 평균기온은 대략 5~6도 올라간다.


- 마우나로아: 지구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재는 곳.




1992년은 확실히 무슨 변화가 일어날 만한 시기였다.




기후변화 대응은 한 나라의 기술, 산업, 경제개발을 잘 고려하면서 계속해서 따지고 계산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되는 방향을 잃지 않을 때에 길을 찾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풍력발전소의 수명은 어느정도라고 평가하는 것이 정확한지, 풍력발전소의 부품을 갈아 끼우거나 버리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충분히 겪으며 경험한 바가 없다.


- Repowering




강대국과 기술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몇몇 기술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책이 추진될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술 개발과 연결된 문제를 판단하고 대책을 결정할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기술이 얼마나 좋으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얼마나 기후변화를 잘 막을 수 있는지 측정하고 판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갖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동시에 여러 나라 사이에서 기술의 유행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거나 그 흐름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1년에는 법규가 바뀌어서, 아예 한국에서 디젤엔진을 가동할 때는 연료의 3.5퍼센트는 바이오디젤을 써야 한다는 제도가 시작되었다.




바이오연료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그냥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를 계속해서 따져 계산해보고, 이산화탄소를 확실히 빨아들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잡초나 갈대에서 바이오연료를 뽑아내는 소위 2세대 바이오연료나, 아예 잘 자라나는 세균같은 미생물을 잔뜩 길러서 거기에서 바이오연료를 뽑아낸다는 3세대 바이오연료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기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나오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에서 나오면 수소차라고 봐도 좋다. 수소차는 수소 기체를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서 전기로 바꾸는 방식을 쓴다.




수소 기체를 얻는 가장 기본 방식이 되어야 할 수전해 수소의 가격이 높다는 문제는 수소차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넘어서야 할 첫 번째 큰 고비다.




다른 작업을 하다가 옆에서 공짜로 얻어지는 수소 기체가 부생 수소다. 개질 수소는 화학 공장에 필요한 수소 기체를 만들기 위해서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부생 수소와 개질 수소는 수소 기체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레이수소이며, 재생에너지로 물에서 뽑아낸 수전해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한다.




나는 수소 기체를 태워 만든 불꽃으로 직화구이 요리를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탄소가 없으니까 훨씬 더 산뜻한 맛이 나지 않을까.




비싼 돈을 들여 수소차를 샀는데, 차에 수소 기체를 넣기 위해서 충전소까지 먼 길을 다녀와야 한다면, 전기차에 비해 빨리 충전할 수 있다는 수소차의장점은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더 좋은 수소 기술을 개발하라고 다그치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상상하면서 동시에 외교, 경제, 사업에 노력을 기울여서 다른 나라와 함께 구체적으로 일을 만들어야만 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아민 계통의 물질은 온도를 높이면 이산화탄소와 다시 분리된다. 따라서 아민을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에는 온도를 높여주고 낮춰주는 기계가 달려 있다. 저농도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는 그냥 바람이 불어서 전기가 많이 생기면 부지런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람이 없어서 전기가 없으면 일을 좀 쉬면 된다.




남쪽 가게의 물건값이 10퍼센트 더 비싸다고 해서, 물건이 10퍼센트 덜 팔리는 것이 아니다. 물건은 하나도 팔리지 않는다. 값은 10퍼센트 차이지만, 수입은 100퍼센트 차이다. 10퍼센트라는 작은 차이 떄문에 돈을 한 푼도 벌 수 없게 된다. 작은 차이에 한 산업 분야갸 휘청거리는 결과가 생기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가 생긴다 특히 전기, 수도, 철강, 운송 같은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서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를 설치하고 운영하느라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온갖 다른 사업이다 같이 영향을 받아 흔들린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를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보다 유리하다.




내일의 종말이 아닌 오늘의 반지하 침수를 걱정할 때 달라지는 것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매년 여름 비가 많이 오면, 흙탕물이 역류해서 집 안으로 쏟아지는 반지하 집들이 있는데, 앞으로기후변화 때문에 비가 더 많이 올 거라고 모든 사람이 예상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기관 스스로도 같은 예측을 발표하는데, 정부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는가? 폭우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기후변화 현상일 뿐이고 자연의 처벌 같은 것이므로, 뻔히 내년에 또 흙탕물이 집 안에 들이닥칠 것을 알면서도 그냥 참고 살고 아쉬우면 돈 벌어서 이사하라고 할 것인가? 기후변화를 종말론처럼 받아들이거나, 그저 자연의 복수라는 흐릿한 느낌만 갖고 있다면, 이런 일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넘실거리는 물에 온 세상에 잠겨 인류가 멸망하는 장면 같은 것만 기후변화라고 생각할 때에는, 날씨로 인한 재난도 그냥 겁주려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를 닥친 현실로 따져본다면, 재난이 심각해진다는 예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미 예상되는 재난에 희생될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에 더 깊은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심지어 이런 일은 운이 좋아 기후변화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지 않아도 노력할 가치가 있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점점 사람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은 강해진다. 17세기 조선 조정에서는 흉년이 되면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굶어 죽는 것이 팔자라고 여기는 생각이 컸겠지만, 21세기의 국가에서는 가뭄과 홍수가 예상되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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