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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 모순, 핑크색 표지의 회색빛 통찰을 담은 책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수채화같은 푸른 선 vs 굵은 선

by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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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in one sentence

납작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다소 가난한 배경의 20대 후반 여성인 '안진진'이 2명의 남자와 동시에 만남을 가지며 저울질하는 내용을 담은 연애 소설이다. 진진이의 생각을 담은 심각하면서도 깜찍한 독백들이 인상적이고, 결국 두 명의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한 마음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결말을 읽고 처음엔 진진이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하지만 독후감을 적는 지금은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귀여운 20대 여성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치열하고 진지하게 삶을 살아보려는 진진이의 사투를 담은 책이란 것을. 핑크색 표지를 가졌지만, 열어보면 인생에 대한 회색빛 통찰을 담은 책이다.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

삶은 옳고 그른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Rating

별 5개!!!!!!!!!!

Key ideas

-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It was Juri who taught me the important lesson that what increases life's volume isn't happiness, but rather the unhappiness we try so hard to avoid. Learning by observing people was always fascinating. What other subject allows for as many variations as human beings?

-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는 것이다.

Every person lives out as much life as they can interpret. To broaden the scope of interpretation, we shouldn't be satisfied with dictionary definitions but should also look at their opposites. Behind happiness lies unhappiness, and behind unhappiness lies happiness. It's the same. If you lift up the back side of abundance, you'll always find poverty, and behind poverty hides the richness we haven't discovered yet. The opposite word attached to any main entry is nothing less than the name of a twin brother born together.

-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The affairs of the world are woven from contradictions, and when we understand those contradictions, we can move a little closer to the essence of life."

가장 마음에 든 구절

- 강함보다 약함을 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그는 모든 말과 말 사이를, 모든 행동과 행동 사이를 언제나 웃음으로 연결 짓는다. 마치 수채화 붓으로 연푸른 선 하나를 짧게 긋듯이 씨익.

"자, 이건 흰젖제비꽃. 만나기 정말 힘든 꽃인데 운 좋게 찍을 수 있었어. 이름처럼 너무나 소박해서 좋아."

Favoring weakness over strength, seeing the faint before the clear, preferring light scents over heavy ones - loving all the faint beings in this world is the life theme that Kim Jang-woo carries. He always connects every word to word, every action to action with laughter. Like drawing a short, soft blue line with a watercolor brush - grin.

"Look, this is a white violet. It's a really hard flower to come across, but I was lucky enough to photograph it. Just like its name, it's so humble and I love that about it."

책 속에서 + 내 메모

나는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왜 이다지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만 삶에 대한 다른 호기심까지도 다 거두어버렸다. 이런 것이 운명이라면, 그것을 내가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어머니의 경험이 나에게서 멋진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동기 유발을 앗아가 버린 것이었다.

- 버거우면 내려놔도 된다. 여유가 생길 때까지. 나의 선택을 하면 된다. 출장때마다 드는 '버겁다'는 느낌, 좀 더 내려놓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ㅋㅋㅋㅋㅋ

연애? 사랑이라 말하지 않고 연애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추억까지 미리 디자인하고 있는 남자, 현재를 능히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어 먼 훗날의 회상 목록까지 계산하고자 하는 그의 도도한 힘이 나에게는 조금 성가셨다.

탐색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며, 선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맹목적이지 못한 사랑의 '대가'일 것이므로.

- 불같은 사랑에 빠져,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맹목적인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화자의 태도가 느껴진다.

화살표가 어긋날 것을 두려워하는 출연자들이 최선책보다 차선책을 더 많이 선택한다. 그래서 천하의 매력남이나 매력녀는 의외로 불발이 많다.

- Beautiful mind, Nash Equilibrium

내가 이러고 있을 때 이미 갈등 한 번 없이 직진으로 내게 화살표를 보낸 사람은 나영규였다. 지나간 한달이 내게 의미심장했던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 확고하게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랬다고 했다. 망설임 끝에 희미하게 화살이 날아왔다는 자국만 남기고 있는 쪽은 김장우였다. 김장우라는 사람, 원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희미한 선.

- 작가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듯 글을 쓴게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있지만 마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강함보다 약함을 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자, 이건 흰젖제비꽃. 만나기 정말 힘든 꽃인데 운 좋게 찍을 수 있었어. 이름처럼 너무나 소박해서 좋아."

김장우와 만나면 나는 이렇게 선명해진다.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한다.

김장우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이 또 씩 웃는다. 저 웃음. 그는 모든 말과 말 사이를, 모든 행동과 행동 사이를 언제나 웃음으로 연결 짓는다. 마치 수채화 붓으로 연푸른 선 하나를 짧게 긋듯이 씨익.

- 김장우를 바라보는 화자의 사랑스러운 시선이 느껴진다.

나라면 유치하다고 여길 질문에 김장우는 정성을 다한다.

착하고 착한 안진진.

- 삶에 치여 가려진 착하고 착한 안진진의 본성을 알아봐주는 김장우.

우리가 '그날 오후'에 도착한 시간은 서산으로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바람은 서늘했고, 노을은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운 오후 시간에 우리는 제대로 '그날 오후'에 도착한 것이었다. 몇 시 몇 분까지 시내로 들어가 몇 시 몇 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봐야 하고 몇 시에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표를 상비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찾아오기 어려운 우연이었다.

착하고 착한 김장우.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특히 부모님에 대해서는 더 이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 은혜는 왠만하면 되갚아주고, 상처는 흘러보내버리자.

자동차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그 동네 사람들.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 우리는 가슴 깊이, 운명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진모를 낯선 곳의 낯선 골방에 오래 처박아두고 싶지 않았다.

진모에게도 어머니는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어머니에게는 아버지가 피할 수 없는 숙제였고 우리에게는 어머니가 그런 존재였다. 나는 처음으로 진모에게서 동지애를 느꼈다. 내 마음이 찡했던 것은 진모 때문이 아니라 동지애, 혹은 전우애 같은 것 때문이었다.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 나도 항상 궁금했고, 조나스를 만나고 나선 확신이 들었다. 타이밍인 것 같다. right place, right person at the right time.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므로.

이모가 얼마나 속이 깊고 넓은 사람인지 나는 다시 확인했다. **이모의 정서는 나와 똑같다.** 내가 싫은 것은 이모도 싫어한다. 그러나 이모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 주리의 엄마였다.

- "I confirmed once again how deep and broad my aunt's heart is. **My aunt's emotions are exactly like mine.** What I dislike, my aunt also dislikes. But my aunt wasn't my mother - she was Juri's mom."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Could Juri really not notice at all the fact that life sometimes makes us willingly choose evil, and that we have no choice but to live hand-in-hand with that contradiction?"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나한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어.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준 중요한 진리였어.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지. 자기 용량을 초과해버린 거야.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긴 교훈이고.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이 한평생 살고도 못 가르쳐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어. 그것으로 이미 우리 아버지는 자식한테 해줘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봐. 아버지는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어. 난 아버지를 사랑해.

- 멋지다.

- "My father, our father taught me how to think. Among all the countless thoughts that come and go through our minds while we're living, what else could we use as proof that we actually lived? The important truth father taught me was to think and think again about what's contained in our lives. If father did anything wrong, it was thinking too much. He exceeded his own capacity. And that this creates problems - that's also a lesson our father left me. Father taught us things that other fathers can't teach their children even after living a whole lifetime. With just that, I think our father already fulfilled his duty to his children. Father made my life rich. I love my father.

나는 주리를 그만 이해하기로 했다. 탐험해봐야 할 수많은 인생의 비밀에 대해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주리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었다. 그것 또한 재미있는 인생의 비밀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말이다.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 내 이종사촌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나와 그들 사이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그러나 그 많은 시간들이 우리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절실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 "I decided to stop trying to understand Juri. There are people like Juri who feel no interest at all in life's countless secrets that should be explored. And isn't that itself one of life's interesting secrets? That day I finally realized it. I can no longer say anything about my cousins. Too much time has passed between us. But I deeply realized that all that time had done nothing to help us communicate with each other."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나 역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 이러이러한 일로 지금 죄수복을 입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줄 수 있었다면 김장우의 아픔은 훨씬 가벼워졌을 것인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결국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왜 그랬는지, 왜 김장우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지.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 It was Juri who taught me the important lesson that what increases life's volume isn't happiness, but rather the unhappiness we try so hard to avoid. Learning by observing people was always fascinating. What other subject allows for as many variations as human beings?

원칙보다 예외가 많은 내 가족에 대해 언제까지나 관용을 구할 수는 없었다.

- "I couldn't keep asking for tolerance forever regarding my family, which had more exceptions than principles."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 "I can never truly hear any life lesson with my heart unless it's been experienced within me first. This contradiction of approaching hot fire even while knowing it's hot - because of this contradiction, my life will grow. I believe that. Everyone has the ears of a cow when it comes to good advice.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는 것이다.

- Every person lives out as much life as they can interpret. To broaden the scope of interpretation, we shouldn't be satisfied with dictionary definitions but should also look at their opposites. Behind happiness lies unhappiness, and behind unhappiness lies happiness. It's the same. If you lift up the back side of abundance, you'll always find poverty, and behind poverty hides the richness we haven't discovered yet. The opposite word attached to any main entry is nothing less than the name of a twin brother born together.

주어진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야기

"A story that can transcend the limits of the life we're given."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The affairs of the world are woven from contradictions, and when we understand those contradictions, we can move a little closer to the essenc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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